‘똘똘한 아파트’ 찾아… 서울로 ‘원정투자’ 몰린다

신수지 기자 2024. 8. 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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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외지인 구매 1396건

부산에서 금융권에 재직 중인 이모(42)씨는 지난 6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의 한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12억원에 매입했다. 이씨는 “실거주는 신축 아파트도 전셋값이 저렴한 부산에서 하고, 앞으로도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를 것 같은 서울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북아현뉴타운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유진산 대표는 “6~7월에 거래된 10건 중 서너 건은 지방 손님들이었다”며 “지금도 외지분들이 문의 전화를 많이 하는데 마땅한 매물이 없어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타지역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원정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쏠려 서울 아파트 값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인구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지방 아파트 값은 회복될 기미가 없는 탓이다. 분양 시장에서도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핵심지 아파트에만 청약 신청자가 몰려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서울 원정 투자 3년 6개월 來 최대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 살지 않는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거래는 1396건으로 전월(1063건)에 비해 31.3% 증가했다. 이는 2020년 12월(1831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지난 1월 564건에서 2월 621건, 3월 785건, 4월 1061건, 5월 1063건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6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를 구별로 보면 광진구가 120건으로 가장 많았다. 광진구에서 매매된 아파트는 총 234가구였는데, 절반 이상을 외지인이 사들인 셈이다. 이어 강동구 110건, 송파·성동구 각 101건, 영등포구 74건, 서초구 75건, 마포구 68건 등의 순으로 외지인의 매입이 많았다.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외지인 매수 비율은 광진구(51.2%), 영등포구(32.3%), 용산구(27.6%), 동작구(27.5%) 순으로 높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초와 강남보다는 가격 면에서 접근 가능한 지역 중 선호도가 높은 광진·송파·성동 등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에 투자하는 외지인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만 계속 쌓이면서 아파트 값이 여전히 하락세다. 부동산 경기가 전국적으로 들썩이기 시작한 2020년 당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외지인 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던 세종은 지난 6월 외지인 매입이 121건에 그쳤다. 4년 전(634건)과 비교해 80% 넘게 줄었다. 외지인 투자가 끊기자 올해 세종 아파트 값은 5.35% 하락해 17개 시도 중 가장 큰 내림 폭을 나타냈다.

◇서울 청약은 세 자릿수, 지방은 미분양

분양 시장 역시 서울 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1~7월 분양에 나선 서울 12개 단지 1순위 청약에는 1481가구 모집에 22만472명이 몰려 경쟁률이 148.9대1에 달했다. 반면, 지방은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0.6대1에 그쳤다.

그래픽=백형선

지난 5일 청약 신청을 받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 특별공급에는 62가구에 1만2092명이 몰려 평균 19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날 특별공급에 나선 전북 군산시 경장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 군산’은 97가구 모집에 8명만 신청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고금리로 부동산 급락기를 겪은 수요자들 사이에 ‘서울만 오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존 아파트든 신규 분양이든 서울 똘똘한 한 채로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다주택자 규제를 풀지 않는 이상 서울과 지방의 극심한 양극화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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