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침체 공포가 전쟁보다 더 매섭다
중동 전운에도 6개월만에 최저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이어지며 국제 유가가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수장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돼 중동전 우려가 커지며 유가가 4% 이상 급등했지만, 경기 침체 공포가 중동 전쟁 공포를 압도하면서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3일 연속 하락했다.
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58달러(0.79%) 하락한 배럴당 72.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개월간 70달러 후반~8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WTI 가격은 지난달 31일 중동 지역 긴장감 고조로 4% 이상 급등했다가 다시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에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5일(72.78달러)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0.51달러(0.66%) 떨어진 배럴당 76.30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종가는 지난 1월 초순 이후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다. 지난 주말 발표된 고용 보고서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4.3%를 기록,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고용뿐만 아니라 미국의 제조업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 7월 제조업 지수는 46.8로 4개월 연속 50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의 전망치인 48.8과 지난 6월의 48.5를 모두 밑도는 수치다. ISM 제조업지수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경기가 위축되면서 앞으로 원유 수요가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근거다.
통상 중동 지역 긴장감이 커지면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하는데, 최근엔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전쟁 공포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이미 중국의 오랜 불황으로 원유 수요 부진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 있었던 상황에서 미국이 부진한 경제지표를 발표하면서 공포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리 한센 삭소방크 원자재 전략헤드는 “유가 하락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가 오는 10월부터 계획된 증산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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