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뷰티의 ‘아메리칸 드림’

석남준 기자 2024. 8. 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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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대신 미국 시장에 총력
일러스트=김현국

지난달 26일 미국 오하이오 주도(州都) 콜럼버스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문을 열었다. 파리바게뜨의 174번째 미국 매장이다. 파리바게뜨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매장을 100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K푸드·뷰티로 불리는 한국 식품, 화장품 회사들이 ‘아메리칸드림’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내수 시장의 한계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체감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작년 상반기 중국에 이어 2위였던 대미(對美) 농식품 수출액은 올해 상반기 1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60%가 넘게 증가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미제(美製) 좋아했던 나라가 미국에 화장품과 먹거리를 수출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중국 시대 가고 미국 시대 왔다

지난달 2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있는 LA컨벤션센터. 한류 축제 ‘케이콘(KCON) LA 2024′를 맞아 CJ올리브영이 차린 부스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올리브영과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 아누아도 이곳에 제품을 전시했다. 아누아를 운영하는 더파운더즈 이창주 대표는 “과거 중국 시장이 한국 화장품 업계를 일으켜세웠다면 이제는 미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기은 올리브영 글로벌커머스 상무는 “올리브영 글로벌 매출의 70%가 미국에서 나온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48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12억1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미국은 8억700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4.1% 줄어든 반면 미국은 61.1% 늘었다. 대미 화장품 무역수지도 작년 상반기 3억5138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7억1516만달러로 급증했다. 대미 화장품 수출이 무역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K푸드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47억664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 수출 1위 국가가 미국이었다. 중국, 일본이 뒤를 이었다. 1년 사이 미국 수출액은 17% 늘어난 반면 중국 수출액은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 소비자들의 발효·비건 식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잡아야 성장한다

기업들의 아메리칸드림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작년 해외 매출 가운데 미국 비율이 81%를 차지했다. 작년에 미국에서만 4조3807억원어치를 팔았다. 삼양식품은 작년에 미국에서 매출 1억달러를 돌파(1억2200만달러)했다. BBQ는 전 세계에 700여 매장이 있는데 이 중 미국에 가장 많은 25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 관계자는 “지난 6월 아칸소주에 매장을 열며 미국 50주 가운데 29주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왜 미국일까.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 등을 통해 중국은 리스크가 크다는 걸 학습했고, 동시에 중국 내부에서 애국 소비 바람이 일어나면서 대체 국가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맞물려 미국에서 한국 제품 호감도가 급격히 올라간 것도 큰 원인이다. 식품 업계도 비슷한 반응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은 물량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2019년 해외 매출에서 중국의 비율(45%)이 컸지만, 올해 1분기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비율이 25% 정도로 같아졌다.

◇미국 시장 콕 찍어 공략한다

기업들은 미국 시장 맞춤형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티르티르는 당초 동양인 피부색에 맞춰 5가지 색상의 쿠션을 생산했다. 현재 쿠션 색상은 30가지로 늘었다. 다양한 인종이 있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쿠션 색상을 40가지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10월 미국 제2공장을 업그레이드한다. 농심 관계자는 “고속 라인 가동을 시작해 원형 용기면에 더해 미국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사각 용기면의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농심 미국 법인 연간 생산 가능량은 8억5000만개에서 10억1000만개로 늘어난다. 빙그레는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메로나 바나나, 딸기맛에 초코 코팅한 제품과 코스트코 전용 제품 등을 내놓았다.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6월 코트라가 국내 식품 기업 219사를 대상으로 ‘가장 수출하고 싶은 국가’를 조사한 결과 1위가 미국이었다.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이 뒤를 이었다. 상위 5국에 중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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