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재계 인사이드] 어느 65세 국회 비서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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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으로 어느 초선 의원의 5급 비서관인 그는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 '사골'로 불린다.
일명 삼성생명법, 이학수법, 이재용법, 미래에셋방지법 등 글로벌 법인과 내로라하는 인물을 겨냥한 법들이 그가 '모시는' 의원들의 이름으로 국회 법안 시스템에 올라오곤 했다.
그렇다면 그는 신념을 삶의 전체에 걸쳐 관철하고자 하는 원칙주의자인가? 이에 대해서도 그가 거쳐간 의원실의 지인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도 한때 금융권 경력을 바탕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꿈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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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으로 어느 초선 의원의 5급 비서관인 그는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 ‘사골’로 불린다.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학부를 나온 그의 대학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 후 조용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만은 여전히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짱짱한’ 현역이다.
그렇다고 그가 뒷방에서 숨죽여 자리 보전에만 연연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조력으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일명 삼성생명법, 이학수법, 이재용법, 미래에셋방지법 등 글로벌 법인과 내로라하는 인물을 겨냥한 법들이 그가 ‘모시는’ 의원들의 이름으로 국회 법안 시스템에 올라오곤 했다.
22대 국회에서 그의 변신은 또 한번 주목받았다. 보좌관이 아니라 비서관으로 초선의원실에 들어가서다. 직급도 5급으로 낮췄다. 증권사 등에서 25년 경력을 쌓고, 2012년에 국회에 입성했을 때 그의 직급은 4급 보좌관이었다. 지난 12년간 네다섯 군데 의원실을 옮겨 다니면서 그는 직급 따위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듯 4급과 5급을 오갔다. 분명히 여느 보좌진과는 다른 행보다.
여의도의 '직업 정치인'들
65세의 5급 비서관은 아주 드문 사례다. 통계로 증명할 수는 없으나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싶다. ‘사골’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주변 동료들의 심리 기저엔 그만의 오랜 ‘국회 생존법’에 대한 존경과 함께 폐기된 법안을 재탕, 삼탕 우려먹는 그의 ‘성공 방정식’에 대한 비아냥이 섞여 있다. 자본시장법, 상법, 전자상거래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 등을 종횡무진하며 그가 만든 개정안 중 실제로 입법화된 건 극소수다.
그는 대체 어떤 삶의 철학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일반의 상식에 비춰보면 그는 둘 중 하나의 인간 유형일 가능성이 크다. 명예나 직급 따위에는 좌지우지되지 않는 흔들림 없는 원칙주의자이거나 입법의 숨은 조력자로서 거대한 이권을 노린 기회주의자이거나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 대목에서 또 한번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다. 그의 노림수가 이권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많은 로비스트가 그와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기업의 국회 대관팀을 일절 응대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는 정말로 ‘언터처블’이다.
구영배의 잘못된 선택
그렇다면 그는 신념을 삶의 전체에 걸쳐 관철하고자 하는 원칙주의자인가? 이에 대해서도 그가 거쳐간 의원실의 지인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의 삶에서 법안을 만드는 일은 중산(中産)의 윤택함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오히려 그를 범주화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는 ‘소시민’이다. 그도 한때 금융권 경력을 바탕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꿈꿨을 것이다. 이내 실패로 돌아가자 국회라는 무소불위의 공간에서 법안을 마련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국민연금 수령자로 안분지족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잠깐의 곁눈질로 모두를 판단하기는 어렵겠으나, 65세 국회 비서관의 삶을 음미하면서 직업이 호구의 수단이 됐을 때의 무서움을 새삼 절감한다. 식민지 여성의 참담했던 인생에서 자신만의 업(業)을 찾았던 누군가는 한·일 양국의 관계를 과거의 사슬에 묶어 버리고 말았다. 기후 변화에 관한 종말론적 예언에서 직업을 찾은 이들로 인해 한국의 원전산업은 뿌리째 뽑힐 뻔했다.
인터파크지마켓 창업자로 e커머스업계에서 ‘셀러들의 아버지’로 불린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메프’를 통해 상품권 돌려막기로 거액의 정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도 직업 윤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애초에 티메프를 인수하면서 표방했던 K셀러들의 해외 진출에 진정으로 매진했더라면 정산금에 손을 댈 수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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