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은 우리 정부의 수해 지원 제의를 수용해야
지난 1일 정부가 북한의 물난리에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제의했다. 이번 대북 수해 지원 제의는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우리는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거나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거나 병고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들을 조건 없이 도와야 한다. 이것은 동포애와 인도주의의 발로일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에 기초한 법적·도덕적 의무이기도 하다. 지난 시기 우리는 그러한 생각으로 여러 차례 북한 동포들을 도왔다. 지금까지 북한 동포들에게 지원한 식량·의약품·생필품·구호물자 등이 32억달러가 넘는다.
윤석열 정부는 인도적 대북 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매년 대북 지원 예산을 편성했으며 올해에도 약 6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대북 지원의 물꼬가 트여 소요 예산이 더 커진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적 지원과 정치는 관계가 없다. 인간은 하늘로부터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부여받았으며 국가는 그러한 인간의 천부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인도적 재앙을 구제하는 일은 국가 이전의 문제이다. 재난에 빠진 북한 동포를 돕는 것은 여야, 보수·진보, 지역, 세대를 떠나 우리 국민이 거의 다 지지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흙탕물에 잠긴 북한 동포들의 가옥을 보면서 우리 국민은 이를 안타까워하고 있으며 어려움에 빠진 북한 동포를 도와야 한다는 인간의 본성이 작용하는 것이다.
북한 동포에 대한 특별한 인도적 지원은 민족 공동체의 전통에 기초한다. 한민족은 수천 년 동안 하나의 민족으로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으며 여러 가지 재난과 외부의 침략을 함께 극복하며 상부상조해왔다. 이러한 민족적 전통을 끊임없이 유지했으며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남북한이 동족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다른 민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이 서로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면서 배타한다면 우리 민족은 작고 별 볼일 없는 민족이 될 것이며 결국 주변 민족에게 흡수되거나 사멸될 것이다. 그래서 민족 분열주의나 분단 영구화 기도는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으로서 더 크고 더 부강한 통일 국가를 지향한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일이다. 우리가 북한 동포를 도와야 하는 것은 이러한 민족적 역사적 사명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진정으로 북한 동포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1990년대 중반 대홍수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북한에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때에 어떠한 외국도 어떠한 국제기구도 책임 있게 나서서 북한 동포들을 돕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북한에 식량난이 발생하면 매년 수십만 톤의 식량을 지원했고 어린이들에게 영양 지원을 했다.
우리의 인도적 지원이 추진된 이후부터 북한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소식이 사라졌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다시 아사자가 나온다는 소식이 떠돌았고 이에 더해 큰 수해를 당한 것이다. 많은 북한 동포들이 집을 잃고 생계 수단을 잃어 그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는 북한 동포들의 어려움을 남의 일 보듯이 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북한 당국에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북한이 이러한 큰 재난을 구호하는 데 힘이 부칠 것이다. 북한은 동포애에 기반한 우리의 재해 복구와 구호물자 제공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정치에 우선한다. 북한은 적대 의식에 묶여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우리의 선의를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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