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영의 저랑 같이 신문 읽으실래요] [14] 세상이라는 큰 풀장에 들어가려면
얼마 전 일이다. 평소처럼 강의를 진행하고 수업 후기를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었다. 익숙한 문구들을 쓰다가 순간적으로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깜빡이는 커서 앞에는 “저는 사실 작가이지 강사는 아닙니다만 강의하는 걸 글쓰기만큼이나 사랑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사는 아닙니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마무리를 짓고 만족감의 미소를 날렸을 테다. 그런데 그날 따라 석연치 않았다. 나는 누구보다 강의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데 왜 저런 문구를 글마다 쓴 걸까? 최근에 강의를 나간 곳에서 누군가에게 ‘김필영 강사님’이라는 호칭을 들었다. 네? 나도 모르게 그때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강의를 하면 강사가 되어야 하는데 나는 뭐가 두려웠을까?
거기까지 떠올리자, 내가 작가라는 풀장 안에서 헤엄치다가 강사라는 풀장에 다리 하나만 쓱 갖다 대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부터 결국 강사에게 필요한 체계적 학습 중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점검하면서 새로운 풀장에 퐁당 하고 들어갈 태세를 갖추었다. 어떤 일이든 한 발만 담그고 참여하면 성공도 실패도 애매해진다. 나는 부끄럽게도 실패를 감추는 장치로 계속해서 한 발만 담그고 있었다. 여차하면 ‘나는 작가니까’를 스스로 떠올리려고 말이다.
세상에는 강사, 엄마, 작가, 사장 등 다양한 풀장이 있다. 당신은 나처럼 작가이면서 강사이고 강사이면서 누군가의 부모일 수도 있다. 역할을 행할 때는 온전히 한 풀장에 들어가야 한다. 하나를 하면서 다른 것에 발을 걸치지 않고 말이다. 그러면 각각의 풀장에서 제대로 실패하고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 그 감각이 쌓이면 그제야 그걸 경험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풀장으로 들어가려면 결국 세상이라는 큰 풀장에 들어올 필요가 있다. 세상 역시 멀리서 관망하는 태도로 산다면 삶에서 얻는 것은 적어진다. 입구에서 세상이 문제라고 하면서 언제든 세상 바깥으로 벗어날 궁리만 한다면 성공과 실패를 온전히 겪으며 개인이 발전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세상으로 들어오는 가장 쉬운 방법이 ‘신문 읽기’다. 신문을 읽으면 어느 순간 세상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AI(인공지능)에 대해 알게 되고 선망하던 가방의 원가도 알게 된다. 어떤 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알게 된다. 주체적으로 기사를 해석하게 된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겪고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첫째로 필요한 것은 신문이다. 세상에 두 다리를 모두 담가야 살아있는 현장을 느끼게 되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이다. 거기까지 했다면 그다음 당신이 자신의 업에서 주체적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쌓이면 성공과 실패를 포함한 자신만의 경험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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