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는 투명성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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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출발언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어 이제 내성이 생길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두 경제정책기구에 대한 발언은 타산지석의 시사점이 있어 짚어볼 만하다.
여기서 '독립'은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은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정책기구에 위임함을 뜻한다.
이 때문에 선출되지 않은 경제권력 기구의 존재는 트럼프만이 아니라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납득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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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압력에도 독립성 건재한 美 연준
투명성 확보가 독립성 유지 핵심 요인
금통위·금융위는 비실명·상세함 부족
미국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돌출발언은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어 이제 내성이 생길 정도다. 그럼에도 최근 두 경제정책기구에 대한 발언은 타산지석의 시사점이 있어 짚어볼 만하다. 먼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언급이다. 어느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제대로 금리정책을 하는 한 해임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의치 않으면 해임하겠다는 뜻을 돌려 말한 것이다. 다른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당선되면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미국의 자본시장 감독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대한 언급이다. 최근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트럼프는 SEC가 가상화폐 산업을 '박해'한다고 비난하며, 당선되면 SEC 게리 겐슬러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호언했다. 겐슬러 의장은 가상화폐 시장에 시장 조작이 만연하다고 보고 엄격한 감독을 추진한 인물로, 그 결과 산업의 이해관계자들과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위해 SEC 의장의 해임을 약속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학계 시각으로는 이단이다. '독립된 중앙은행'과 '독립된 금융감독기구'가 모범적인 금융시스템의 필수요건이라는 것이 학계의 주류 견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립'은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은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정책기구에 위임함을 뜻한다. 대통령은 이들 기구의 수장과 임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행사하지만, 거기까지가 법적 권한의 한계다. 이들 기구의 장은 법이 정한 임기 중 특별한 이유 없이 해임되지 않는다. 또 이들 기구의 정책집행은 전적으로 임명된 장과 임원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그렇지만 경제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에서 선거라는 명확한 절차를 거쳐 최고 공권력의 행사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람은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선출되지 않은 경제권력 기구의 존재는 트럼프만이 아니라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납득되기 어려웠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자신의 뜻과 달리 금리를 인상한 연준 의장을 백악관으로 호출해 군기를 잡았고, 리처드 닉슨도 수시로 연준 의장과 소통하며 정책방향을 주문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SEC 의장은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사임해 새로 출범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철학과 결이 같은 인물로 금융감독 정책을 꾸려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오늘날까지도 관행이다.
그럼에도 미국 연준과 SEC의 정책운용이 실질적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학자들이 동의한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투명성이다. 두 기구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위원회이다. 매 위원회에서 개별 위원의 발언내용은 의사록에 상세히 남겨져 공표된다. 결정 근거를 상세하게 공표해야 하는 위원들은 정책의 논리를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전문성에 기초해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사실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의 임원들이 대통령을 포함해 행정부의 주요 인사와 소통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할 이유는 없다.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는 회고록에서 재무부 장관과 주기적으로 전반적인 경제동향과 정책을 논의했음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종 결정이 정치적 고려에서 독립됐는지 여부다. 의사록의 상세한 작성과 공표는 이 실질적 독립성의 담보장치다. 이 장치가 존속되는 한 트럼프의 자극적 언사와는 별도로 미국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의 독립성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록은 실명이 공개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금융위원회의 의사록은 내용의 상세함이 많이 부족하다.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
신인석 중앙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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