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수]AI 거품론에 무용론까지…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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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전역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8%가 넘는 주가 폭락에 당황한 한국 '개미'들은 자연현상마저 "내 주식 계좌가 부서지는 소리"라며 아우성이었다.
엔비디아나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눈부신 실적을 내세우거나, 고용을 줄여서라도 AI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면 월가는 박수를 보냈다.
'AI 거품론' 내러티브가 대세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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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전역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8%가 넘는 주가 폭락에 당황한 한국 ‘개미’들은 자연현상마저 “내 주식 계좌가 부서지는 소리”라며 아우성이었다. 공포스럽게 내려가던 주가는 6일이 되자 새벽 미국 뉴욕 증시 선물시장에서 반등 기미가 보이더니 한국과 일본 증시에서 기록적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이 대체 왜 이러는지 정확한 답을 알긴 어렵다. 최근 2년 동안 미국 고용이 나쁘면 증시는 환호했다. 경기가 식어야 인플레이션이 둔화돼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빨리 내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둔화된 고용지표에 갑자기 경기 침체 우려로 건너뛰더니 실제 지표보다 과한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경제에 나쁜 뉴스=증시에 호재’ 내러티브가 깨진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증시를 이끈다’는 내러티브도 깨졌다. 팬데믹 이후 금융을 대표하는 미 월가와 기술기업을 대표하는 실리콘밸리는 ‘절친’ 관계였다. 엔비디아나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눈부신 실적을 내세우거나, 고용을 줄여서라도 AI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면 월가는 박수를 보냈다. 미래 성장성이 뛰어난 7개 기술주를 ‘매그니피센트 세븐(M7)’이라며 띄운 것도 월가였다. 1960년대 영화 ‘황야의 7인’의 영어 제목에서 착안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 마이클 하트넷이 지난해 대중화시켰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를 일컫는다.
하지만 지난달 월가는 ‘AI가 생각보다 돈을 벌기 어렵고 투자가 과열됐다’며 AI 거품론을 꺼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희망의 상징이었던 AI가 미래 효용성까지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헤지펀드사 엘리엇은 투자자들에게 “AI는 과장 광고였고 소프트웨어 개선 의미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불과 1년 전에 AI가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했던 골드만삭스는 최근 거품은 터지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MS, 아마존, 구글의 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AI 거품론’ 내러티브가 대세가 된 것이다.
사실 실적 부진이라지만 M7 중 적자 기업은 없다. 시장은 ‘이 정도 주가를 지탱하려면 투자를 줄이든지 성과를 더 내라’는 것이다. 월가의 압박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전환기에는 과잉 투자가 과소 투자보다 낫다”고 응수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너무 늦기보다는 필요하기 전에 역량을 구축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누구 말이 맞을지는 시간이 답을 내려줄 것이다. 닷컴 버블 때도 그랬듯이 시장이 과열되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 사명에 AI라는 말만 넣어도 투자가 몰리는 비이성적 과열이 감지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진다고 우르르 AI 무용론까지 나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미래 기술 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과 시장의 힘겨루기 속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누구도 답을 몰라 혼돈에 빠졌을 때 중심을 잡고 미래로 향해 가야 한다. 이미 글로벌 AI 가치사슬에 올라탄 한국 기업들도 흔들리지 않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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