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역 축제, 외국인 참여 더 높이려면[카를로스 고리토 한국 블로그]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2024. 8. 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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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한여름의 열기가 한국 땅을 달구고 있다. 이 시기야말로 한국의 진정한 매력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올해는 특별히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축제의 열기에 푹 빠져 있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한국의 지역 축제는 그 다양성과 독특함이 매력적이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작은 시골 마을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지역이 자신만의 특색 있는 축제를 자랑한다. 각 지역의 특산물, 역사적 사건, 혹은 자연의 요소를 테마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축제의 진정한 매력은 방문객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에 있다. 맨손으로 장어를 잡거나 진흙 속을 뒹구는 등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체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번은 토마토 축제에서 거대한 토마토 풀장에 뛰어들어 보물을 찾는 이벤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빨갛게 물든 옷을 입고 토마토 사이를 헤엄치듯 움직이며 보물을 찾아 나서는 경험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방문객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축제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지역 주민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전통 놀이를 배우며, 그들의 일상에 잠시나마 동참하는 경험은 그 어떤 관광 명소보다도 값진 추억을 만들어 준다.

더불어 한국의 사계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지역 축제의 큰 장점이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은 많은 나라들에서 온 관광객들에겐 이런 축제 자체가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겨울에는 강원 화천의 산천어 축제에서 얼음 위를 걸으며 얼음낚시를 즐기고, 여름에는 충남 보령의 머드 축제에서 시원한 진흙 목욕을 하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봄에는 진달래 축제에서 분홍빛 꽃물결에 취하고, 가을에는 이천의 쌀 문화 축제에서 황금빛 들판을 거닐며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한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산천어 축제에서 직접 낚은 생선을 먹었을 때의 기쁨이란. 또 전북 전주비빔밥 축제에서 맛본 향긋한 나물과 고소한 육회가 어우러진 비빔밥의 맛 역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처럼 지역 고유의 맛을 살린 요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맛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토록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한국의 지역 축제이지만 외국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선 몇 가지 개선할 점도 있다. 우선 외국인을 위한 안내가 더 필요하다. 언어 문제뿐 아니라 생소한 활동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처음 참여한 김치 담그기 체험에서는 재료의 이름부터 손질 방법, 양념을 버무리는 순서까지 모든 것이 낯설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었지만, 다국어로 된 안내 책자나 통역 서비스 같은 공식적인 안내가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간단한 설명이나 조언만으로도 외국인 방문객들의 경험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역 외국인 커뮤니티와의 연계 강화이다. 축제의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는 코너를 만든다면 더욱 좋겠다. 이로써 지역의 단합을 높이고, 축제의 다양성도 넓힐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아쉽게도 아직은 그냥 ‘보여주기식’ 운영을 하는 곳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최근 방문한 축제에서 세계 음식 체험을 표방하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내 고향인 브라질의 전통 음료를 판다는 부스를 발견하고 반가워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오렌지 맛 슬러시’였다. 브라질과 전혀 관련이 없을뿐더러 맛도, 가격도 실망스러웠다.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은 존중하지만 이런 수박 겉핥기식 운영 대신 실제 지역에 살고 있는 현지 외국인들의 조언과 협력이 더해지면 더욱 좋겠다.

한국의 지역 축제는 분명 매력적이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웅장한 불꽃놀이도 좋지만, 소박한 시골 마을에서 열리는 작은 축제에서 느낀 따뜻한 인정은 더욱 특별하다. 주민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고,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며 나눈 대화는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개선들이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이들이 한국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축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화려한 조명 아래 울려 퍼지는 흥겨운 음악, 다양한 먹거리의 향긋한 향기, 함께 어울려 노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축제의 열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이 특별한 경험이 더 많은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 출신 방송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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