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직무대행' 김태규, 방통위 찾은 과방위원들에 "수십 명 끌고와서…"

이명선 기자 2024. 8. 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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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이진숙 탄핵'은 희대의 촌극…정치적 분풀이 아닌지 생각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현장 검증이 야당 위원들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간 신경전으로 변질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국회 탄핵안 통과로 직무를 대행 중인 김 부위원장은 방통위를 찾은 과방위원들을 향해 "지금 수십 명 끌고와서"라고 말했다가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 김현 간사, 이정헌·김우영·한민수·조인철·박민수·황정아·이훈기 의원 등 10명은 6일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방통위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소속 여당 위원들은 이날 현장검증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당 과방위원들은 지난 2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해 이날 현장 검증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을 상대로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에서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 선임 의결 과정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방송4법 재의요구안에 대한 방통위 입장을 묻고 상임위원과 국장급 관용차량 운행 일지 등의 자료를 받으려는 것이었다.

김 직무대행은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 참석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이에 야당 과방위원들은 오전에 김 부위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방통위 내 상황실에서 대기했다. 과방위원들이 대기 중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직원들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김 직무대행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오후에 방통위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는 과방위원들의 방문 예고에도 이날 오전 자리를 비운 데 대해 "오전에 국무회의 있는 건 국회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지금 5명 몫을 저 혼자 해야 하고"라며 "오후에 와서 원만히 처리하면 될 걸 오전에 왔으니 (야당 위원들이) '기다리겠다'(는) 의중이니 대기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야당 위원들에게 회의실이 아닌 상황실이 제공된 데 대해선 "그냥 갔으면 된다. 강제한 바도 없고"라며 "제가 어차피 의원들 보고 '있으라 마라' 하겠느냐. 기왕에 오셨으니 그럼 어디로 모시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또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 권한이 없어서 (사무처 직원들에게 자료 제출 요청에 응하라는 지시를) 안 했다"며 "굳이 줄 수도 없는 자료를 왜 보겠다고 오느냐"며 야당 위원들을 타박하기도 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거기까지 하라"고 만류한 뒤 국회법,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률인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을 읽어내려갔다. 이어 "증감법 10조 따라 국가 기관 제의한 검증을 거절할 수 없게 된 건 알지 않느냐?"라고 묻자, 김 직무대행은 "조문 내용 읽는 걸 굳이 답할 필요 있느냐"라며 "전 이 회의 자체를 동의 못한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의 도발에 야당 위원들은 "권익위원회로 돌아가라" "거기 왜 앉아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 직무대행은 곧바로 야당 위원들을 향해 "질문할 자세를 갖추었는가. 지금 수십 명 끌고와서"라고 반발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김 직무대행 태도나 '회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 등은 지금 검증에 대한 거부 의사 밝혔다고 보여서 다시 묻겠다"며 김 직무대행에게 "이 검증을 거부하나"라고 확인하자, 김 직무대행은 "검증 절차를 진행하겠다면 해라. 거긴 동의하겠다"며 "다만 검증의 내용에 대해서 동의할 때는 그 상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응수했다.

최 위원장이 "지금 대화가 오고가는 과정에서 김 직무대행이나 위원들 발언 중 다소 격한 부분이 있었다"며 "직무대행의 발언 중 '수십 명 끌고와서' 이런 부분은"이라고 지적하자, 김 직무대행은 "취소하고 사과하겠다. 죄송하다"고 했다.

야당 위원들은 김 직무대행을 향해 "태도를 바르게 하라. 의자 그렇게 뒤로 하지 말고", "싸우자는 건가?"라며 김 직무대행의 태도를 재차 지적했고, 김 직무대행은 "원만하게 일처리하고 싶다"면서도 "직원들에게 함부로 지시하지 마라"라고 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증폭됐다.

결국 최 위원장이 "직무대행과 (방통위) 사무처장, 위원들 모두 협조해 달라"라고 상황을 정리한 뒤에서야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을 비롯한 야당 과방위원들이 8울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 관련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직무대행은 전날에는 이 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통과에 대해 "정치적 분풀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에 관한 부위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기관장이 임명되고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탄핵이 가결되는 희대의 촌극을 목도했다"면서 "이번 탄핵이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징치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니면 국정 발목잡기와 정치적 분풀이를 위함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직무대행은 "국회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상임위원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꼭 진행해 방통위의 기능회복을 위해 노력해 달라"며 "헌법재판소도 향후 탄핵소추 절차가 진행되면 신속한 심판을 통해 기관장 부재의 사태를 조속히 종식해 주시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명선 기자(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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