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원하는 그것, ‘대표팀 떠나서 올림픽 출전’은 가능한 일일까
안세영(22)은 지난 5일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딴 뒤 “대표팀한테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아니면 다음 올림픽은 어떻게 되나’라는 물음에는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협회를 맹비난했다.
안세영이 대표팀 운영 문제를 제기한 핵심은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니 개별적으로 맞춤형 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부분 종목의 국가대표팀은 하나로 움직이다보니 현실적으로 선수 개인을 위해 달라지기가 어렵다. 과거 성적이 더 좋았던 복식과 성적이 나지 않았던 단식 사이에 차별이 있었고, 그 와중에 큰 부상을 당한 자신에게 협회가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느낀 안세영은 대표팀을 나와 따로 훈련하겠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다”면서도 대표팀을 나와서도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팀을 나와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한국의 배드민턴 선수들은 프로가 아닌 실업팀 소속이다. 각자 소속 실업팀이 있지만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1년 중 대부분인 국제대회 기간에는 협회가 관리하는 대표팀 안에서 생활하고 관리받는다. 일반적인 국가대표의 사례다.
대표팀을 나와 개별적으로 훈련해도 개인 자격으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주관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가능은 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마친 뒤 대거 태극마크를 내려놨던 이용대, 고성현, 신백철 등이 지금 그렇게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국적을 갖고 출전해야 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속은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는데 그 국가대표를 선발해 팀을 구성하는 주체가 배드민턴협회다. 지금까지는 대표팀을 떠나서 올림픽 랭킹포인트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출전권을 따낸 선수 자체가 없었다.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를 뛰어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선수가 나온다면 최초의 사례가 되므로 이후 그 자격을 협회가 정리해야 한다.
올림픽 랭킹포인트를 따려면 BWF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성적을 거둬야 한다. 현재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제대회 참가 선수 선발 규정에 따르면 비국가대표도 국제대회 출전할 방법은 마련돼 있다. “소속팀에서 소속팀 선수의 BWF 승인 국제대회 참가 승인 요청할 경우 국가대표 은퇴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 승인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로에 대한 기준은 국가대표 활동기간을 횟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고 경력과 나이를 그것도 성별을 나눠 제한하고 있다. 2002년생인 안세영의 경우 대표팀을 나가게 된다면 LA 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에 만 27세가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나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다. 그러나 또 “단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로 및 연령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여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 실제 대표팀을 나가 올리픽 출전권을 따게 되면 협회 내에서 조정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훈련을 하려면 전담 코치가 있어야 한다. 과거 한국 수영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박태환이 ‘전담팀’을 꾸렸던 것을 안세영은 모델로 삼을 수 있다. 개인 스폰서가 필수가 된다.
대표팀 소속이 아닌 채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비용 문제가 있다. 안세영은 삼성생명 소속이다. 거의 매주 벌어지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드는 항공료, 숙박비 등은 소속팀에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세계랭킹 1위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안세영 정도면 후원업체가 줄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안세영이 빠질 경우, 대표팀에 대한 지원은 반대로 축소될 수도 있다. 협회의 스폰서 계약은 사실상 대표팀을 보고 이뤄지며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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