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독립’ 방글라데시, 민주 선거로 이어질까
시위 이끈 학생 지도부, 정부 수반 ‘노벨상’ 유누스 추천
국제사회 ‘평화적 이행’ 촉구…군 ‘중재자’ 그칠지 관건
거리 메운 시민들 ‘총리 축출’ 환호…군부, 과도정부 구상
시위 주도 학생들 “유누스 박사, 정부 수반 제안에 수락”
국제사회 ‘평화적 이행’ 촉구…군 ‘중재자’ 그칠지 관건
지난 5주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던 방글라데시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사임함에 따라 방글라데시는 안정과 더 큰 혼란 사이 갈림길에 섰다. 군부는 과도정부 구성 계획을 밝혔고, 시위를 이끈 학생 지도부가 6일 과도정부 수반으로 추천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경제학자·사회운동가인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사진)는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알자지라·AP통신에 따르면 수십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깃발을 흔들고 총리 퇴진을 축하하며 환호했다. 군중은 총리 관저로 몰려들어 창문을 부수고 하시나 전 총리의 초상화를 훼손했으며, 하시나 전 총리의 부친이자 방글라데시의 ‘국부’로 꼽히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 초대 총리의 동상을 끌어내리려는 이들도 있었다. 호주에서 망명 생활 중인 무바샤르 하산은 알자지라에 “방글라데시는 하시나의 폭정에 매여 있었다. 독재자가 무너졌다”며 “방글라데시의 두 번째 독립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하시나 전 총리는 전날 우타르프라데시주에 도착해 안전가옥으로 이동했다. 동행한 자매 레하나는 영국 시민권자로, 둘은 차후 영국으로 망명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시나 전 총리의 아들 사지브 와제드 조이는 “그는 소수가 반기를 든 데에 실망했다. 정치적 복귀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지난달 초 독립유공자 자녀를 위한 정부 일자리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3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위는 할당제 반대를 넘어 하시나 총리 퇴진과 진압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진화했다.
하시나 총리 사임 이후 방글라데시 군부는 과도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모하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은 군부 및 야당과 긴급회의를 열어 하시나 전 총리의 정적이었던 칼레다 지아 전 총리(78)와 반정부 시위에서 체포된 이들을 전원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샤하부딘 대통령은 또한 통금령을 해제했으며, 현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학생단체 지도부는 유누스 박사를 과도정부 수반으로 추천했다. 시위 주역이었던 다카대 학생 나히드 이슬람은 온라인에 공유한 영상에서 “학생 지도부가 유누스 박사와 이미 대화를 나눴다”며 유누스 박사가 시국을 고려해 과도정부 수반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군부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민간에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시나 전 총리의 귀국과 처벌도 바라고 있다. 이슬람은 “우리는 그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방글라데시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 차기 권력을 선출할 것을 촉구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과도정부 구상을 환영하며 모든 이행 과정이 법률에 따라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군부가 아닌) 방글라데시 국민이 방글라데시의 미래 정부를 결정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평화롭고 질서 있고 민주적인 이행”과 “모든 폭력 행위에 대한 완전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군부가 통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차기 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에 머물 것인지가 정국 안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리 리아즈 미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는 “방글라데시는 이제 엄청난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 군이 과연 중재자 역할을 유지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AP에 말했다. 정치분석가 자헤드 우르 라만도 “하시나가 나라에 입힌 가장 큰 피해는 사법부, 미디어같은 주요 기관의 부패다. 이를 회복하는 데엔 긴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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