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로에도 배드민턴협회는 '침묵', 은메달 딴 복식 "체계적으로 훈련하고 싶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라 보기 어려웠다.
대한체육회는 6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종드라시미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배드민턴 대표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낸 김원호와 정나은이 나란히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전날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를 지적한 안세영은 불참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세영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세영은 28년 만의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와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의사결정 체계,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7년 동안 참아왔던 분노, 설움, 또 환호, 이런 게 다 섞여 있었다"며 금메달을 딴 직후 울분을 토로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의 작심발언은 이어졌다. "대표팀에 대해 내가 부상을 겪는 상황과 그런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협회가 모든 걸 다 막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전국민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정부까지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조사한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2024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인 만큼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개선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피해는 오롯이 선수들 몫이다. 6일 진행된 배드민턴 대표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 속에 펼쳐졌다. 김원호와 정나은은 은메달을 따고도 활짝 웃지 못했다.
안세영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김원호는 "아무래도 파트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부분을 잘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기사들이 많이 났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다고는 말씀을 못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 자리까지 온 것도 혼자 힘으로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 주신 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이전에 올림픽을 대비해서 지원해 줬고,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나은은 "세영이와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협회에서) 힘을 써주신 것 같다.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짧게 답했다.
훈련 방식에 대해선 불만을 드러냈다. 정나은은 "중국 선수들은 훈련을 굉장히 스마트하고, 체계적으로 했다고 들었다. 다음 올림픽에 나올 수 있다면 우리도 체계적으로 훈련해서 나오고 싶다. 자세하게 어떻게 훈련했는지 듣지는 못했지면 결승전 끝나고 중국 선수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원호는 "영상으로 중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봤다. 모래사장이나 코트 안에서 필요한 선수만의 특성을 살린 훈련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힘은 정신력과 끈기, 인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 하루 전 안세영의 인터뷰를 통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부실한 선수 관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안세영은 "7년 동안 정말 많은 걸 참고 살았다. 이 목표를 위해 억누르면서 말이다. 조심스럽지만 이야기는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올림픽에 우승하고 싶고 악착 같이 달렸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 목소리에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5일 오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허빙자오(세계랭킹 9위)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이기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명실상부 세계 여자 배드민턴 1인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 각종 오픈 대회, 아시안게임 등에서 정상에 오른 안세영은 28년 만에 한국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차지하며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갔다.
꿈을 이룬 안세영은 작심발언을 했다. 금메달을 딴 직후 하기 힘든 내용의 인터뷰였다. 안세영의 말대로 많은 걸 참았고, 억눌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이 말을 하기 위해 금메달을 땄다는 인상까지 있었다.
안세영은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끝난 이후 부상 때문에 못 올라설 때가 가장 생각난다. 옆에서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이 대표팀 코치진과 싸우고 울고 짜증내고 그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시켜주는 순간인 것 같다"라며 "매 순간 두려웠고, 걱정이 컸다. 숨을 못 쉬고 힘든 순간을 참아오다 보니까 이렇게 숨통 틀 수 있는 순간이 온 것 같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런 순간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참아왔던 속마음을 표출했다.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때 많은 실망을 했다"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다. 선수들의 자격도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막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금메달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비판했다.
안세영은 이후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선수 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제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돼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다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 드리고 싶었다"고 또 한 번 대한배드민턴협회, 지도자들의 선수 관리에 쓴소리를 뱉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다른 자리에서 안세영은 "지금은 금메달 기분을 느끼고 싶다. 부상 떨쳐내고 결과로 증명했다. 이런 말이 나와서 마음이 편치 않다. 금메달을 즐기고 한국 가서 자세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차차 정리하고 내가 계획한대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안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얻어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운동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걸 많이 누리고 싶다. 이 순간을 위해 억누른 게 많다. 이제는 숨 좀 쉬면서 웃으면서 투어도 다니고, 즐기면서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늘 꿈꿔왔던 목표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앞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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