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가능했구나”… ‘대기만성’ 이재경의 올림픽 도전기[파리올림픽]
한국 다이빙 이재경(25·인천시체육회)은 비교적 늦게 기량을 꽃피운 선수다. 그는 “고등학생 때나 스무 살 때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형들을 보면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며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건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이어 남자 다이빙 기대주로 급부상했고, 올해 도하 세계선수권에선 김수지(26·울산시청)와 짝을 이뤄 혼성 싱크로나이즈 3m 스프링보드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 다이빙 종목에서 처음 딴 메달이다. 이재경은 “‘나도 가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미소지었다.
이재경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디뎠다. 그는 6일 프랑스 파리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3m 스프링보드 예선에서 6차 시기 합계 381.40점을 얻어 전체 25명 중 16위로, 상위 18명에게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재경은 1~3차 시기까지 준비한 연기를 무난히 펼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나 4차 시기에 43.75점을 얻는 데 그쳐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정면을 보고 도약 후 뒤로 세 바퀴 반을 돈 뒤 입수하는 난도 3.5 연기를 선보였는데 입수 동작에서 실수가 나왔다.
이후 5~6차 시기를 큰 실수 없이 마친 이재경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재경은 “4차 시기는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종목이다. 공중동작은 준비한 대로 했는데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며 “준결승에선 완벽한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에 있는 배우자 강유나씨였다. 이재경은 다이빙 선수였던 강유나씨와 결혼해 세 살 된 딸이 있다. 그는 “아내에게 제가 잘 안 되는 동작을 물어보며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며 “딸은 제 경기 영상을 보며 ‘파이팅’을 외쳐주는 데 존재 자체로 도움이 된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이재경이 한국시간 7일 오후 5시 열리는 준결승에서 우하람(예선 12위)과 함께 12위 안에 들면, 한국 다이빙의 역사를 새로 쓴다. 1960 로마 대회부터 다이빙 종목에 출전 중인 한국은 아직 개인 종목 결승에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올라간 사례가 없다. 이재경은 “준결승에선 조금만 실수해도 결승에 진출하기 어렵다”며 “오늘 실수한 선수 모두 칼을 갈고 나오겠지만, 제가 더 잘하면 결승 진출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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