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엄습에…당국 “대응 역량 충분” 불안심리 차단 주력
미국 경기 둔화 가속화 땐 ‘수출길·소비심리에 타격’ 불가피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당장 경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경기가 경착륙하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점도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는 “정책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며 불안심리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전날 아시아 증시 급락을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국내 주식시장은 하루 만에 반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낮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과 올해 상반기까지 미국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며 “경기 순환상 하강 국면은 맞지만,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영연구원 경제정책부문장은 “지난주 미 고용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졌는데 향후 지표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발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당장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한국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18%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동안 미국 경제 호황이 이어지면서 대미 수출액은 지난달(101억8000만달러)까지 12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미국 경기침체로 소비가 둔화할 경우, 그동안 수출 성장세를 이끌었던 자동차 등 주요 품목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 경기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지만, 예상보다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 수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기업 주가가 크게 휘청이는 점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은 정부로서 부담이다.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중동지역 위기감까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한다면 최근 안정세로 접어든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일단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시장 안정조치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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