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8월 공휴일 경기시간 변경, 염갈량 "대찬성! 7시도 좋다, 팬들 위해서라도" [잠실 현장]

[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최근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43년 프로야구 역사상 첫 '폭염 취소'가 나왔고 관중들이 실려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국 경기 시간 변경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KBO는 6일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혹서기 기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024 KBO 리그 일요일, 공휴일 경기 시작 시간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흔한 경기 취소 사유는 우천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일정 이상 기준을 넘어섰을 때 '미세먼지 취소'가 되는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이상 기후로 인해 찜통더위가 잦아지면서 프로야구에도 치명타를 입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2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폭염 취소'됐다. 이어 4일에도 다시 한 번 울산 경기가 취소됐고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도 같은 이유로 열리지 못했다.

이에 KBO는 최근 폭염 특보 발령 등에 따라 관중과 선수, 현장 요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올 시즌 8월 예정된 일요일, 공휴일 경기를 오후 5시에서 한 시간 미뤄진 6시에 시작하기로 했다. 오는 11일과 18일, 25일 일요일 경기와 15일 광복절에 열릴 경기를 기존 오후 5시가 아닌 한 시간 미뤄 무더위의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내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8월 15일 KIA-키움, 8월 25일 LG-키움 경기는 각각 오후 5시와 2시에 예정대로 시작된다.

지난 4일 폭염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잠실구장 전경. /사진=김동윤 기자

사상 최초 1000만 관중을 바라볼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현장을 찾고 있지만 더위로 인한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3일 잠실 두산-키움전에서는 최소 5명의 팬이 온열 질환을 호소했다.

KBO는 "6일 각 구단에 이상고온 현상 발생시 빈틈없는 준비로 관중들의 안전한 관람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며 "이상 기후에 대비해 모두에게 안전하고 원활한 리그 운영을 위해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세분화된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수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4일 울산과 잠실의 경우 야구장 온도가 섭씨 37도, 지열이 50도를 넘었고 실내에서 훈련을 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더위가 나타났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염경엽 LG 감독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앞두고 "무더위가 지속되면 선수들의 근육에도 수분이 빠진다. 이는 갑자기 힘을 쓸 때 햄스트링이나 다른 근육 등에 부상으로 연결되기가 쉽다"고 우려했다.

염 감독은 경기 시간 변경에 대해 "대찬성이다. 7시도 찬성"이라며 "어차피 월요일에 우리 쉰다. 팬들도 오후 3시에 와서 야구장에 가만히 앉아 계시는데 그때부터 땀구멍이 열린다. 첫 번째로 팬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는 LG 에르난데스.

이어 "어차피 우리는 5시 경기면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원래 여름에는 훈련을 잘 안 하니까 상관이 없다. 그 시간대에는 (더위로 인해) 훈련을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무더위에서 야구를 지켜보며 고생해본 경험이 있어 팬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염 감독은 "그러한 경험을 많이 했다. 미국에 가서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할 때 선수를 지켜봐야 하니까 더울 때 계속 보고 있던 경험이 있다"며 "라스베이거스는 낮에 정말 죽을 정도로 해가 뜨겁다. 해가 떨어져도 사우나와 같다. 한 번은 무더위에 쓰러져 사흘을 누워 있던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팬들이 얼마나 힘들지 안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더 시간을 늦추는 방안에 대해 제안하기도 했다. 염 감독은 "평일이나 주말할 것 없이 혹서기에는 다 7시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미국은 여름엔 더운 날씨 때문에 7시 10분에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팬들의 귀가 시간과 대중교통 운행 시간 등을 고려하면 변경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팬들을 고려하면 염 감독의 진심 어린 마음은 잘 느낄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한편, 8월 11일 경기에 대해서는 "입장권 구매자 중 경기 시작 시간 변경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관람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해당 구단 입장권 예매 채널에서 관련 내용을 별도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 선수들이 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가 폭염 취소되자 짐을 꾸리고 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