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500쪽 상고이유서 제출…'1.4조 분할' 뒤집기 총력전

2024. 8. 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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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300억 비자금' 정면 반박
노소영 측, '대법원장 50년 지기' 변호인단 선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결정적 증거로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의 진위 여부를 다툴 예정이다.

6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노 관장과의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전날인 5일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련 등 2심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2심 판단에 대해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며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300억원 비자금은 노 전 대통령이 최 회장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건넸다는 어음이다. 항소심 과정에서 노 관장은 모친 김옥숙 여사가 보관한 '선경 300억' 메모와 1992년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50억원짜리 6장)을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노 관장 측은 이 돈이 1991년 태평양증권 인수나 선경(SK)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도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 재산 분할 액수를 1심의 20배 수준으로 높였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주당 1000원으로 사후 경정(정정)한 것도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잘못 산정해 최 회장의 기여도가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보다 훨씬 크다고 전제한 것이 재산 분할 산정의 근거가 됐다고 보고, 주식 가치가 달라진 만큼 재산 분할 금액도 달라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5월 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원,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산 분할액으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던 1심보다 20배 넘는 액수가 나온 결정적 이유는 노 관장 측이 주장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측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걸린 판결의 확정 여부를 둔 상고심을 앞두고 변호인단을 대폭 보강했다. 

최 회장 측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낸 홍승면 변호사(사법연수원 18기)와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28기)·민철기(29기)·김성우(31기)·이승호(31기) 변호사를 선임했다. 홍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총괄하는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이며, 변호인단 대부분 상고심 재판에 정통한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노 관장 측은 법무법인 하정에 소속된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강명훈 대표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전 의원은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지법·대구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2018년 1월 제24대 감사원장으로 취임한 뒤 2021년 6월 임기를 6개월 남기고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2022년 3월 국회의원 서울 종로구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최 전 의원은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50년 지기로 알려졌다.

아직 상고심을 담당할 대법원 재판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상고이유서가 제출된 만큼 조만간 재판부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특별3부에 임시 배당된 상태다.

천문학적 재산 분할 규모와 위자료, 정치권 비자금과 정경유착의 재산 형성 기여 등 전례 없는 내용이 2심 판결에 포함된 만큼 법조계 일각에선 전원합의체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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