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대지마!" vs "더운데 지상에 대?"…'전기차 갈등' 해법은

6일 오전 5시께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밑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인천과 충남 금산에서 잇따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가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요즘 같은 날씨에 지상에 댈 경우 화재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반론도 있다.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완속 충전기로 90%가 넘지 않게 충전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있지만, 인천에서 불이 난 벤츠 차량의 경우 충전하는 상황도 아닌데 별안간 불이 난 것이어서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을 위해 제정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 시설 의무 설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충전기 설치 위치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에 국내에서는 대부분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인천 청라 화재처럼 지하에서 불이 나면 진압이 어렵고 피해도 크다는 것이다.

이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LG디스플레이 등 기업들은 지하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상 충전은 화재 유발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배터리 열관리는 통상 25∼35도에 맞춰지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폭염에는 열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들이 전소돼 있다. 전날 오전 6시 15분께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해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 및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연합]

전문가들은 충전 시 화재 예방을 위해 100% 완충하지 않고, 80∼90% 정도로 충전하라고 조언한다. 또 급속 충전기보다는 완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문제는 완속 충전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충전기 용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급속충전기는 30~40분 정도 충전하면 배터리 용량의 50% 가량 충전되는데, 완속충전기는 4~5시간 걸린다. 또 급속 충전기는 80% 수준에서 충전이 멈춰지지만, 완속 충전기의 경우 차주가 직접 충전을 중단하거나 충전 비율을 설정하지 않으면 100%까지 충전된다. 정부는 현재 과충전 방지 장비 탑재 시 완속 충전기 1대당 4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고 있으나, 이전에 보급된 완속 충전기는 사각에 있다.

또 이번 인천 청라에서 불이 난 벤츠 차량처럼 충전 중이 아니라 그냥 주차를 해둔 상태에서도 불이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충전 방식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화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