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금투세 폐지 초당적으로 논의하자”...野는 거부

김태준 기자 2024. 8.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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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금투세 초당적 논의하자”
野 방향 못 정해 우왕좌왕
투자자들은 진성준한테 몰려가서 압박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원내대표, 한 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지난 5일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로 국내 증시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가운데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증시 폭락 사태의 책임을 정부로 돌리면서 여당의 금투세 폐지 논의 제안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 등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라”고 했다.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6일 당정 협의회에서 “국내 증시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야말로 금투세 폐지에 대해서 초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도 금투세 폐지에 대해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상황이 바뀐 점을 감안해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전향적이고 초당적인 논의를 하자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당대표 후보 TV 토론에서 “주식시장은 꿈을 먹고 사는데 5000만원까지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분이 저항한다”며 개편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 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연간 5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원래 작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으로 시행 시기가 2년 유예됐다. 시행할 경우 투자 자금 이탈과 증시 위축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금투세 폐지를 공약했고,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금투세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도 금투세 폐지 방안이 담겼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금투세 폐지 논의 제안과 관련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경제 운용 실패”라며 “금투세를 이용해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려 하니 황당무계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그러면서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주가조작 세력부터 척결하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을 시작으로 주식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이 여당의 금투세 폐지 협상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민주당 내부적으로 추가 논의를 거쳐 일단 거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투세와 관련해 당대표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전 대표는 금투세 원안 시행을 고집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금투세 폐지는 ‘부자 감세’라는 인식이 우세한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금투세를 도입할 경우, 과거에 투자로 손해 본 금액만큼 투자 이익에서 빼주기 때문에 오히려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런 설명은 개미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큰손들이 세금 부담이 적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로 이탈해 국내 증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진성준 의장 블로그에는 ‘증시 폭락을 국가적 위기로 보는 사람의 금투세 강행이 앞뒤가 맞나’ ‘주식에 투자해 보고 금투세를 이야기하라’ 등 항의성 댓글이 수천 개 달렸다. 민주당은 7일 열려던 금투세 관련 토론회도 연기했다. 국내 증시가 폭락하고, 개미 투자자 반발이 커진 점을 의식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혼자) 하지 못한 금투세 토론회를 국민의힘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토론회 하자”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이날 폭염을 감안해 취약 계층의 전기료 부담을 줄여주는 법안을 협의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하자, 진성준 의장은 “꼭 전기료뿐이겠습니까만 그럽시다”라고 했다. 진 의장은 7일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처음 만나 민생 법안 처리를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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