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서울 예술창작공간 거점 활용…시민 문화 접근성 높일 것” [세계초대석]
이동 약자 위한 ‘찾아가는 스테이지’ 확대
노들섬, 예술섬으로… 세계적 랜드마크 조성
상업성과 먼 순수 예술 뒷받침 중요 역할
작년 1570건 200억 지원… 공정심의 강화
선정 시기도 개선… 예술 지원 시계추 바꿔
초기 공무원 내려놓고 악착스럽게 일해
현장 발로 뛰며 문화예술행정가 거듭나
임기 종료 두 달 앞두고 “치열하게 살았다”
자연스레 상복도 따라왔다. 이 대표 임기 중 서울문화재단은 공공기관 최초 삼일투명경영대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 17개 상을 받았다. 그전 10년 동안 받은 상보다 더 많다.
“누구에게나 다 그럴 텐데 위기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역량이 달라지게 됩니다. 위기는 더 넓고 큰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기회이자 자신을 성장시키는 발판입니다. 직원들한테도 항상 ‘위기 없이 온 사람들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문화재단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간략히 소개한다면.
“기본적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단체는 모두 지원 대상이라 전국에서 신청한다. 지난해 기준 개인과 단체 합쳐 9800건 정도 신청했다. 여러 명 참여한 단체도 많으니 재단과 연관된 예술인이 몇십만 명 되는 셈이다. 그중 예술 창작활동과 기반 지원 등 1570건을 선정해 약 200억원을 지원했다. 재단 지원에 대한 기대치가 큰 만큼 선정되지 않은 분들은 실망하거나 불만을 갖기도 한다. 심의위원 전문성 확보를 위한 검증 고도화 등 심의 공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신진·유망·중견 3그룹으로 구분됐던 창작지원 대상에 올해부터 청년·원로 예술인을 추가하고 관련 예산도 더 확보해 촘촘한 그물망 예술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지원 시기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재단 지원 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내년도 작품 구상에 들어가는 예술인이 많다. 기존에는 공모·심의 등 절차를 거쳐 3월에 결과가 발표되니 선정되건 떨어지건 그제야 뭔가를 대비하느라 대부분 1년에 반을 허비했다. 그래서 예술지원정책팀을 신설해 공모·심의 일정을 단축하고, 예술지원사업 예산만이라도 미리 짜게 해달라고 서울시의회를 설득했다. 이제는 9월에 공고 내고 12월까지 심사를 마친 후 1월에 결과를 발표할 수 있게 됐다. 예술인들이 그만큼 작품 구상·준비 기간에 여유가 생겼다. 다른 지원기관들도 우리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서울문화재단이 대한민국 예술 지원의 시계추를 바꿔놓았다고 자부한다.”
―평가 체계 역시 확 바꿨다던데.
“얼굴 붉히거나 찾아와 시위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분들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보다 많은 예술인과 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설득했다.”
“우리나라처럼 예술인 지원체계가 잘 돼 있는 나라가 없다. 바꿔 말하면 우리 문화예술 토양이 해외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예술인 육성 못지않게 잠재 관객과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 확대가 중요하다. 그래서 시민들이 생활권 내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분 이내 접근성’을 강조했다. 용산·양천·강북·서초·은평구 지역 5개 문화예술교육센터와 서울 전역 14개 예술창작공간을 거점으로 양질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속 공급하게 된다. 특히 어린이들이 문화예술 잠재 관객이 되고, 정서적으로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어린이 맞춤형 프로그램도 많이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관심 갖고 충분히 이용하길 바란다.”
“노들섬은 실내·외 공연장과 전시장, 행사장을 다 갖춘 데다 주변 경치가 수려하다. 순수예술은 물론 넌버벌 퍼포먼스(말 없는 공연), 조각·조형, K팝까지 예술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곳이다.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준 높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 예술공간, 세계적인 랜드마크(상징물)가 되도록 조성할 것이다.”
노들섬 방문객은 2020년 약 46만명에서 2021년 55만명, 2022년 84만명, 지난해 116만명이다. 재단이 ‘문화가 흐르는 예술섬 노들’을 내건 올해 목표는 200만명이다.
●1959년 서울 출생 ●중앙대 예술경영학 석사 ●한양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세종문화회관 홍보실장·공연기획팀장·경영기획팀장·경영본부장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 ●마포문화재단 대표 ●서울문화재단 대표 ●제6대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공연예술경영대상(2019)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특별공로상(2023)
대담=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정리=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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