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현장 출신’은 교육청 간부가 왜 못 되나

기자 2024. 8. 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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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분하게도 세 번이나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아 10년째 교육감직을 수행하면서, ‘아, 이 교장 선생님은 정말 능력과 인품이 탁월하니 교육청 장학관으로 모시고 싶다!’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또한 학교를 방문하다 보면, “이렇게 학교에서 교사와 학부모로부터 존경받는 교장 선생님이 교육장이 되셔야 하지 않나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교육감직을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줄곧, 능력이 검증된 ‘현장 출신’ 교장 선생님을 교육장이나 교육청의 국·과장으로 모시기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교육청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교육행정에 학교의 목소리가 더욱 크게 반영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여 전부터 장학사 경력이 없는 ‘현장 출신’ 교장 선생님을 교육장 등 장학관으로 모시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4월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여 “국공립학교 교원 가운데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1년 이상 있는 자”만 교육감 소속 관급 교육전문직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설령 현직 학교장이라 해도,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 경력이 없으면 장학관이나 교육연구관으로 임용할 수 없게 됐다. 전국적으로 유치원 원장을 포함한 학교장이 2만명쯤 되고, 교육전문직원은 4000명쯤 되니, 장학관 임용의 울타리가 크게 좁아지는 것이다.

최근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학교가 겪는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친화적인 교육행정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를 받아안아서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퇴행적으로 제도 개정이 이루어진 것을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7조는 교육청 소속 공무원의 임용·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교육감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이를 제한하는 교육부의 시행령과 훈령은 그보다 상위에 있는 법률의 제정 취지에 어긋난다. 올해는 지방교육자치제가 전면 실시된 지 33년째인데,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는 한 세대 가까운 지방교육자치 확대의 역사를 정반대로 뒤집는 행위이다. 긴 노력으로 자리 잡은 지방교육자치의 뿌리가 흔들릴까 걱정스럽다.

이에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의 협의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전문직원 근무 경력 1년 이상”으로 돼 있는 개정 시행령 조항을 “교육전문직원 근무 경력 1년 이상 또는 교장(공모교장 제외)으로 근무한 경력 2년 이상”으로 재개정하도록 교육부에 요구한 바 있다.

오랜 장학사 생활을 거쳐 교육청 간부가 되신 분들은 학교현장을 교육행정 차원에서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지원하는 부분에 아주 능숙하다. 그리고 ‘현장 출신’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어려움과 학교가 필요로 하는 바를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 둘이 어울려 교육행정을 펼친다면 현재의 교육청의 학교지원은 훨씬 더 효과적이고 촘촘해질 것이다. 더구나 ‘현장 출신’ 교장이 장학관이 되는 비중이 기존의 전문직 승진체계를 흔들 정도가 아닌, 현재 교육행정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수준의 아주 작은 규모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육전문직 출신 장학관들도 이 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해왔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현장 출신’ 교장은 안 되고 장학사 출신 교장만 교육청 간부가 되어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교육부에서도 시도교육감협의회의 요청을 받아서, 개선을 위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과 더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을 교육부가 전향적으로 수용하여, 개선에 속도를 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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