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7년을 악착같이 참았다”...폭탄발언까지 무슨 일이

파리/김영준 기자 2024. 8. 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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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선수 지원 문제를 비판한 안세영이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뉴시스

안세영(22·삼성생명)은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앞으로 대표팀과 함께하기 힘들 수 있다”고 털어놨다. “7년 동안(2017년 국가대표 발탁 이후) 정말 많은 걸 참고 살았다.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고, 악착같이 달렸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목소리에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고도 했다. 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안세영은 소셜 미디어에 “선수 관리와 보호,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표팀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 달라. 제 이야기들을 고민해 주고 해결해 주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띄웠다.

◇오랜 꿈 이루자마자 작심 발언

안세영은 작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무릎 힘줄이 끊어졌는데도 통증을 참고 뛰어 우승했다. 귀국 직후 배드민턴협회 차원에서 진행한 검진에선 “2~6주 재활하면 경기에 나서도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았고, 안세영은 소속팀을 통해 다른 병원에서 재검진을 받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안세영은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때 실망을 많이 했다”면서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이 대표팀 코치진과 싸우고 울고 그랬다. 매 순간 두려웠고, 걱정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협회 분위기가 훈련과 치료 모두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많이 낸 복식 선수들 우선이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7년 동안 참고 살았다’는 언급은 이를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안세영은 올림픽 직전 파리 외곽 퐁텐블로에 차린 훈련 캠프에서 발목을 접질렸다. 이때 코치진은 부상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급급했지 정작 치료에 신경을 제대로 써주지 않아 안세영이 국내에서 한의사를 데려와 달라고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전체 국가대표팀 38명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는 4~5명. 안세영은 가까운 전담 트레이너가 따로 있었는데 협회와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파리에 동행하지 못했다. 천위페이(중국), 타이쯔잉(대만) 등 경쟁 선수들은 전담 트레이너와 코치 2~3명이 관리하는데 이를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꼈다는 후문이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선수단 분위기를 해칠 위험을 알고도 안세영에게 전담 트레이너를 붙여줬지만 나중에 계약 기간에 이견이 생겨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세영 측은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고 시스템을 지적하는 것이다. 다른 선수들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혼합 복식 은메달을 따냈던 김원호(25·삼성생명)와 정나은(24·화순군청)은 6일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메달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해준 분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나은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는 훈련에만 집중하면 됐다”고 했다.

◇”대표팀 운영 비판하다 불이익” 주장

안세영은 2017년 15세에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후 획일화된 협회 선수 관리·훈련 방식과 다른 맞춤형 관리를 원했고, 이 과정에서 협회와 자주 마찰을 빚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우버컵(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 준결승 때 출전을 희망했는데도 뛰지 못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졌다. 이후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장염 증세로 컨디션 난조가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컨디션은 안 좋았지만 뛸 수 있었는데 못 뛰게 했다. 대표팀 은퇴하고 올림픽도 안 뛰겠다”고 분노했다 한다. 그 울분을 이번에 쏟아낸 셈이다.

안세영은 본인 의사대로 대표팀을 떠나 개인 자격으로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있을까. 현 규정(국가대표 활동 기간 5년 이상, 여자는 27세 이상)대로라면 안 된다.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작년부터 예측했다. 협회와 법정 싸움을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대표팀을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게 하는 건 야박하다”고 호소한다.

협회가 선수 관리 체계와 관련해 도마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는 2014년 도핑 테스트를 회피했다는 이유로 세계연맹 1년 자격정지를 받았다. 당시 협회가 선수 소재지를 잘못 알려 도핑 테스트를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나 재심의 끝에 징계가 취소됐다. 2021년에는 리우 올림픽 여자 복식 동메달리스트 정경은이 청와대 국민 청원 홈페이지에 대표 선발 과정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당시엔 심사위원 평가 점수가 선발에 영향을 미쳤는데 위원 3명이 자기 팀 선수들을 채점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협회가 2018년 세계선수권(중국) 때 임원 8명에게 비행기 비즈니스석, 선수 6명에겐 이코노미석을 끊어줘 선수 지원에 소홀했다거나, 2017년 호주 대회 때 비즈니스석으로 출국했던 협회 임원 5명이 “전력상 우승이 어렵다”며 8강전 후 조기 귀국했다는 보도도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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