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공영방송에 정파색 입히는 구조 못 깨면 갈등의 무한반복 못 끊어”

정제혁 기자 2024. 8.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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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가 5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강대에서 법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로스쿨에서 LL.M. 과정을 졸업했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에 합격했다. 1991년 SBS에 입사해 보도국 법조팀장, 뉴미디어국장, 보도본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 방송학회와 언론법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2020년 3월부터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에서 초상권은 언제 사생활권에서 분리되었나’ 논문으로 언론법학회 철우언론법상을 받았고, <사례와 쟁점으로 본 언론법의 이해> <방송 뉴스 바로 하기> <한국 언론의 품격> <불편한 언론> 등의 저서가 있다.

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 개편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점입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적 언론관·세계관을 가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끝내 임명했고, 이 위원장은 그 직후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 회의를 열어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여권 몫 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KBS 경영진을 친정부 인사로 교체한 현 정부가 MBC 경영진도 친정부 인사로 갈아치우기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대응해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방통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5명인 방통위의 의결정족수를 현행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 KBS·MBC·EBS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영방송 3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또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해 직무를 정지시켰다. 방통위는 장기 파행이 불가피해졌고, 윤 대통령은 야당이 통과시킨 방송 4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련의 사태의 본질은 말할 것도 없이 공영방송, 특히 지금은 정권에 비판적인 MBC의 논조를 친정부적으로 순치하려는 현 정권과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의 쟁투이다. 역대 모든 집권세력이 공영방송을 자신의 코드에 맞게 재편하려 했고, 그때마다 야당은 반발했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면 공수가 교대되는 일이 반복됐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지는 일도 그것이거니와,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어느 때보다 거칠고, 노골적이고, 막무가내식이라는 점일 것이다.

베테랑 방송기자 출신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공영방송에 정파색을 입히는 구조가 문제라고 말한다. 민주당 계열 정권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영방송에 정파색을 입히려 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이 구조 자체를 깨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갈등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여기에는 ‘언론의 옳은 정파성, 그른 정파성은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에게 분명한 건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 정파성을 갖는 것 자체가 그르다는 사실뿐이다. 가치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 신념의 영역이어서 그걸로 다퉈서는 사회적 합의의 기반을 만들 수 없고, 사실성·공익성·독립성 등 보편타당하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지표로 공영방송을 규율해야 한다는 게 심 교수의 주장이다.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출구 없는 대치가 이어지는 현실에서 그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난 5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심 교수를 만났다.

자기 생각만 앞세우는 스트롱맨보다 좀 ‘소신 없는 사람’이 필요한 때
사장 ‘3분의 2 동의제’만 도입돼도 정파적 인물 임명 막을 수 있어
야당도 조금 더디더라도 여당이 튕겨버릴 수 없는 틀 만들어 제시를
방심위 통한 언론 손보기, 더 험하고 더 노골적으로 더 거침없이 자행
국회 차원의 검증 기구 만들어 언론계 인사 줄세우기 관행 없애야

- 최근 방송 4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으로서는 제안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만의 의견을 관철해 공영방송의 거버넌스를 정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여야 합의가 불가능한 법안이라면 무의미합니다.”

- KBS·MBC·EBS 관련 법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높인다는 게 취지입니다.

“공영방송의 정파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별로 안 된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인정하지 않아요. 정치권도 정파적으로 대립하고 있지만 공영방송 내부도 갈등이 뿌리 깊어요. 그런 상태에서 도리어 내전을 치르게 만드는 거죠.”

- 공영방송 독립성 제고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현재의 방송 관련 법안들이 전혀 다루지 않는 것이 공영방송의 정치성을 줄이는 문제입니다. 여야 모두 집권하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확실하게 자기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로만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 방통위, 방심위를 채워요. 관행적으로 여야 추천 몫이 7 대 3이나 6 대 4 정도 돼요. 여야의 정치적 대결이 공영방송 이사진이나 방통위, 방심위 구성에 그대로 전이되는 구조죠. 여기서 최대한 정치색을 빼는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당원이었던 사람, 대선 캠프 등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한 사람, 인수위에서 활동한 사람, 대통령의 정무적 참모로 일한 사람 등은 3년간 이런 직책에 가지 못하게 해야 해요. 방통위·방심위의 경우 2016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당원이었던 사람은 3년 이내에 위원이 될 수 없다’ 등의 기준을 제시한 게 있어요. 여기에 더해 국회 차원의 검증기구 같은 걸 만들어서 여야가 언론계 인사들 줄 세우기 하는 관행을 끊어줘야 해요. 그렇게만 해도 큰 변화가 생길 겁니다.”

- 공영방송 이사회 운영은 어떻게 바꾸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십니까.

“2016~2017년 여야가 합의했던 수준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시 여야가 합의한 대로 공영방송 사장 임명에서 이사회 특별다수제(이사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결. 현재는 과반 동의로 의결)만 도입해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임명할 수 없죠. 그럼 문재인 전 대통령 말대로 ‘소신 없는 사람’이 사장이 될지언정 정파적인 인물이 임명되는 건 막을 수 있어요. 언론판이 이 모양이 된 건 자기 생각만 앞세우는 스트롱맨들이 다들 앞에 나와서 주장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그야말로 좀 ‘소신 없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봐요.”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 7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입장을 바꾸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방통위 업무보고 때 해당 법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언론단체 등에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주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노조위원장을 했지만, 언론노조나 방송기자협회 등 이해관계자라면 충분히 이런 주장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언론시민단체라는 말은 모호합니다. 특정 단체를 법정단체처럼 지정하지 않는 한 유사 언론단체를 만들어 추천권을 주는 식으로 제도 취지를 형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현명한 방법은 아닐 수 있어요. 노조도 정치적으로 쪼개져 있고요.”

- 그건 언론단체의 정파성과도 연결되는 문제일 테죠.

“언론시민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주자는 건 그 단체들이 객관성·대표성을 갖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잖아요. 그러나 지금 언론단체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에 언론단체들이 앞장서면서 스스로 존립 공간을 파괴해버렸어요. 학계도 마찬가지예요.”

- 언론이 정파성을 갖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어느 한쪽이 절대적 정의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는데도 ‘우리가 하는 것은 옳고 너희는 틀렸다’는 생각을 못 벗어나는 거죠. 우리가 집권하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고, 저들이 집권하면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하면 상대방이 인정하겠어요? 우리가 갖고 있을 때 내려놔야 저들에게도 내려놓으라고 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해놓고 너희는 행사하지 말라고 하면 먹히겠냐는 거죠. 제도 개혁은 권력을 손에 쥔 측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생각해야 가능합니다.”

- 언론이 수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독자 일반의 요구와 특정 집단의 조직적 요구를 구분해야 합니다. 독자 일반의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 일반적 언론, 바람직한 언론이라면 특정하게 조직화된 요구에 부응하면 정파적 언론이라고 할 수 있겠죠. 후자를 요구하는 게 도구적 언론관이에요. 우리의 도구가 돼줘야 한다는 거죠. 현재는 누군가의 도구·전사가 돼주는 순간 수익과 경제적인 기반이 보장되는 매체 구조인데,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너희들도 그런 식으로 살면 편하잖아’라고 유혹하는 거죠. 이런 사람들 특징이 언론의 전문적인 판단 기준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언론이라고 하는 것이 독립성·공익성 등 내적 윤리를 가지고 일정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걸 인정 안 하죠.”

- 언론의 정파성 문제는 ‘지사적 언론관’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사적 언론관이 의미가 있었던 건 남이 발언하지 못할 때 발언하는 용기를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지금은 말을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말을 많이 해서 문제인 세상이잖아요. 지금 언론인들이 발언하는 데 정치적인 위험, 실직의 위험이 따르나요? 지금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게 전혀 용감한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말을 얹으면서 언론판을 더욱더 정파적인 싸움판으로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더 용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공영방송이나 YTN 기자·PD들은 심한 고초를 겪었어요.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랬죠. 저도 그들과 언론노조에서 같이 일했고 검찰청에 불려 다니기도 했어요. 그들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었고 해야 하는 활동이었죠. 그러나 사장이 되고, 국장이 되고, 본부장이 돼서도 전처럼 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이상한 단체들 만들고 벤치마킹해서 미러링하는 수준이잖아요.”

- 그들로서는 과거 경험이 있으니 재발 방지를 위해 이사회 구성이 바뀌는 것을 막으려는 걸 겁니다.

“MBC·KBS는 트라우마가 있죠. 아쉬운 건 트라우마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한쪽으로 기울었던 것을 중심에 세운 게 아니라 완전히 반대쪽으로 기울게 하지 않았습니까? 현 정권에서 다시 반작용을 하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이걸 기존 상태로 묶어두는 것이 가능합니까?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요.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요. 야당이 입법을 두 번 세 번 시도한다고 MBC 구도에 영향을 미치나요? 오히려 MBC가 더욱더 정치화되는 거죠. MBC 사장을 바꾸고자 하는 반대쪽 의지만 더 강해질 거예요.”

-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 직후 KBS·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바꾸었고, 야당은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했습니다.

“저도 법을 전공한 사람이지만, 파면해야 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예외적인 퇴출 제도가 탄핵이에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하게 돼 있고, 그 기간 동안 몇달이 되든 직무를 정지하게 돼 있는 엄중한 제도예요. 그걸 너무 손쉽게 활용하는 건 언론을 더욱 정치화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요.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이겨서 해결할 방법은 없어요. 직전 집권 경험이 있고 과반수 의석을 점한 야당 입장이 중요합니다. 현 집권세력은 국정 경험도 없고 국정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초점도 안 잡혀 있는 것 같아요. 이 국가적인 교착 상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도록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곳은 야권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이번 법안들처럼 여당이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걸 강요한다고 그게 되나요? 그냥 대통령 거부권으로 튕겨버리겠죠. 야당은 여당이 튕겨버릴 수 없는 틀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죠.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점에서 출발해 하나씩 더 쌓아가는 방법으로 해야지, 그냥 이만큼 던져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합니다. 조금 더디고 힘들게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어떻게 보십니까.

“언론에 대한 도구적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언론을 일반인들과의 소통 창구로 인정하지 않고, 나의 메시지,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하려고 하는 거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랬지만, 윤 대통령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한 것 같아요. 공식 기자회견 대신 편한 매체와 회견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단독 방송을 선호하고, 언론 관련 기구를 정치적으로 장악해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대놓고 하고, 이미 과거 언론계 안에서 평가가 끝난 문제적 인물들을 방통위나 방심위에 투입하고, 검찰을 동원해 언론 보도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하고…. 이것은 언론 자유는 고사하고 언론을 존중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심 교수가 덧붙였다.

“도구적 언론관은 (여야) 정치권 주요 인사들도 다 마찬가지예요. 도구적 언론관에서 보면 나를 비판하는 언론은 나쁜 언론이죠. 그러니까 (야당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든 뭐든 해서 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나오는 걸 통제하려 하는 거고요.”

- 비판 언론에 대한 수사도 그런 견지에서 봐야겠군요.

“정권이 수사권을 동원해 언론을 손보거나 통제하려고 하는 게 새로운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은 무차별적이라는 게 특징이죠.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걸 가지고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을 만든다는 발상이 놀라워요. 언론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봐요. 언론의 기능은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견제하는 것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권력을 끌어내리는 게 아니에요. 그건 언론 활동이 아니라 정치 활동이죠. 그렇게 대놓고 정치 활동을 하면 검경을 앞세운 수사를 무조건 비판적으로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나오게 마련이에요. 이것은 전체 언론의 기능과 언론에 대한 사회적 존중 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요.”

- 방심위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요.

“어느 정부에서건 방심위를 정권에 불리한 보도를 손보는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어요. 다만 지금은 더 험하게, 더 노골적으로, 더 거침없이 한다는 차이가 있죠.”

- 방문진 이사회 구성이 바뀌었으니 곧 MBC 사장을 교체하려 들 겁니다.

“MBC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정의의 십자가를 지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누가 옳으냐, 그르냐로 따져서는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절차와 방법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죠. 미국 언론윤리에서 중요한 기준은 사실성과 독립성이에요. 독립성이 충족되면 공익성이 있다고 추정하는 식이죠. 사실성·독립성은 객관화와 검증이 가능해요. 그러지 않고 추구하는 가치의 옳고 그름 문제로 싸우면 상대방이 절대로 승복 안 하죠.”

- 존경하는 언론인이 있습니까.

“한때 지사적 언론인들의 시대가 있었죠. 저도 그런 분들 보고 기자가 된 것이고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 더 이상 대결적, 정치적, 지사적 태도로 세상의 복잡한 현실을 풀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내가 지지하던 과거의 정치적 진영의 시각에 묶여 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한때 마음속에 간직했던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내려놓게 되는 안타까운 경험도 많이 했어요. 지금은 쉽게 어떤 분을 존경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오히려 언론에 대한 정치적 압박, 누구 편을 들라는 공개적인 위협,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언론 현장을 묵묵히 지키면서 옳은 보도를 하려고 노력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되고, 그런 후배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제혁 논설위원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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