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깃발, 나의 나라…아프간 여성들은 교육·스포츠를 원한다”
100m 꼴찌로 들어온 그의 손엔
‘교육, 우리의 권리’ 적은 번호표
“탈레반 통치하에서 고통받는
조국의 소녀들 목소리 대변해”
육상 여자 100m 예선에서 꼴찌로 들어온 그의 손에는 ‘교육, 우리의 권리’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시당하고 고통받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대변하는 목소리였다.
아프가니스탄 육상 단거리 선수 키미아 유소피(28)는 지난 4일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100m 예선에서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진정한 경주는 트랙 밖에서 이루어졌다. 그는 자기 번호표 뒤에 ‘교육’과 ‘우리의 권리’라는 영어 문구를 적어 관중에게 보였다. CNN은 5일 “탈레반 통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기록은 13.42초다.
유소피는 “아프가니스탄 소녀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은 기본적인 권리, 교육, 스포츠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테러리스트들이 들어온 땅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의 땅을 빼앗겼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엔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 아래 아프가니스탄은 여성 권리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나라다. 2021년 권력을 잡은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 탈레반은 여학교를 폐쇄하고, 여성의 대학 입학과 비정부 기구 근무를 금지했으며, 남성 보호자 없이 여행을 제한하고, 공원과 체육관 같은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했다. 탈레반의 이른바 ‘도덕 경찰’은 여성과 소녀들을 겨냥해 ‘공포와 위협의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유엔 보고서는 지난달 발표했다.
탈레반의 통치 기간 이전 이란에 머물던 난민 부모에게서 태어난 유소피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대표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주했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기수로 활약했다. 그는 2022년 호주로 이동해 시드니에서 존 퀸 코치와 함께 훈련하면서 파리 올림픽을 준비했다.
존 퀸 코치는 CNN과 인터뷰하면서 “키미아는 전 세계 여성과 인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금, 은, 동메달을 따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소피는 올림픽 참가에 앞선 인터뷰에서 “나의 깃발, 나의 나라, 나의 땅”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을 대표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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