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이라더니…‘구독형 도시락’의 배신

정유미 기자 2024. 8.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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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열량·고단백 강조 불구, 실제로는 절반 이상이 고열량·저단백
당류·나트륨 등 함량 거짓 표시…장기 섭취 땐 성인병 악화 우려

저열량, 고단백 등의 영양성분을 강조한 ‘구독형 도시락’ 중 절반 이상은 열량이 기준보다 높거나 단백질 함량이 기준에 못 미치는 ‘부적합’ 제품으로 확인됐다.

영양성분을 강조하는 표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실제 성분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미달한 것이다. 제품에 표기한 영양성분과 실제 영양성분 사이에 차이가 나는 제품도 다수였다.

한국소비자원은 식단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구독형 도시락 52개를 대상으로 안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37개 제품이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저열량·저나트륨·고단백 등을 강조한 도시락 33개 중 12개는 열량이 높거나 나트륨, 단백질 등의 함량이 기준을 초과 또는 미달했다.

저열량을 강조한 9개 제품은 ‘100g당 40㎉’ 기준을 초과했다. 실제 제품 열량은 100g당 최소 140㎉에서 최대 237㎉로 기준보다 3.5∼5.9배 높았다.

고단백을 강조한 8개 제품 중 1개는 단백질 함량이 9g으로 고단백 표시기준(11g 이상)보다 적었다. 또 저나트륨을 강조한 제품 12개 중 9개, 저지방을 강조한 9개 중 3개는 각각 기준보다 나트륨과 지방이 많았다. 저콜레스테롤을 강조한 6개 제품 중 1개도 기준보다 콜레스테롤이 높았다.

영양성분 함량을 표시한 제품 50개 중 실제와 다르게 함량을 표시한 제품은 33개에 달했다. 표시 함량이 실제와 최대 433%까지 차이가 났다. 특히 영양성분별로 당류 함량을 부정확하게 표시한 제품이 26개로 가장 많았다. 당류 함량을 ‘0g’으로 표시한 3개 제품은 2∼4g의 당류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품 52개 중 28개는 ‘당뇨’ ‘비만 억제’ ‘해독작용’ 등을 표기해 질병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고 부당 광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에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거나, 의약품·건강기능식품과 혼동할 수 있는 표시 및 광고를 금지한다. 제품 52개 중 8개는 식품에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소비기한 등 의무 표시사항이 미흡했다.

소비자원은 영양성분 함량 및 표시·광고가 부적합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사업자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또 일반식품인 구독형 도시락을 당뇨나 신장질환, 암, 고혈압 환자의 ‘특수의료용도 식품’으로 오인하는 것을 방지할 대책을 식약처에 요구할 방침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당뇨나 고혈압 환자 등이 저열량·저나트륨 등의 표시만 보고 해당 제품을 장기간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 관리를 위해 구독형 도시락을 선택할 때는 꼼꼼하게 영양성분 함량을 확인하고 만성질환자는 반드시 식품 유형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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