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티메프’ 나오기 전에 플랫폼 기업 재무 실태 파악해야[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형적인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이기 때문에 상품 판매대금 회수가 매우 빠름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에게 정산을 제때 못해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회사가 운영을 잘 못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비상장 기업인 이들은 1년 동안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보여주는 재무제표 감사를 받아야 한다. 12월31일 회계연도가 종료되는 두 기업은 다음해 3월 말까지 법인세를 신고해야 하므로 재무제표 결산도 3월 내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 재무제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주주총회 역시 3월을 넘기지 않는다. 재무제표가 포함된 감사보고서는 주주총회 종료 후 2주 이내인 4월 중순까지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려야 한다.
위메프는 3월27일 주주총회를 하고 4월9일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그러나 티몬의 올해 감사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감사인 입장에서는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비적정 여부를 결정해 감사보고서를 내야 했고, 이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4월 중순까지 감사보고서가 올라오지 않은 기업에 대해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티몬의 2022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감사 의견은 적정으로 되어 있으나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강조사항을 표기했다. 즉 재무제표는 회계기준에 따라 제대로 작성되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회사의 많은 손실 발생과 유동성 부족 등으로 인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재무상태표를 보면 판매사에 지급해야 하는 외상대인 매입채무가 5807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보유한 현금 대비 5배나 많다. 고객들에게 받아야 하는 외상대인 매출채권은 169억원에 불과하다. 즉 들어올 돈보다 나갈 돈이 많은데 가진 돈은 별로 없고 매년 적자에 빠지니 참사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위메프도 티몬과 별다른 바가 없다. 올해 4월 공시된 위메프의 2023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역시 적정 의견이 표명되어 있고 유동성 부족과 큰 손실 발생으로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이 회사도 받아야 하는 외상대는 107억원인 데 반해 지급해야 하는 매입채무와 미지급금은 2923억원이나 된다. 역시 받을 돈과 가진 돈보다 갚을 돈이 많고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과 상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투자가 잘 들어왔으니 돈을 전혀 못 벌어도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장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비상장 플랫폼 기업들의 상장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 대출은 더욱 받기 어렵고 투자는 안 들어오니 판매자에 대한 대금 지급을 미루다가 결국 사달이 난 것이다. 판매자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몇달치의 자금이 묶이면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이 도미노처럼 줄도산을 하면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거래처 자금을 묶어 놓고 비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이 많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감독당국은 빨리 플랫폼 기업들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할 것이다. 더 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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