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은 트럼프에 기회? "카멀라 폭락" 비난…해리스 기세 꺾을까
최근 미국 실업률 상승을 계기로 미국 증시를 포함해 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카멀라 폭락"이라며 대선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론조사 경제 부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앞서고 있는 가운데 경기 관련 우려가 해리스 부통령의 초반 질주를 꺾을지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지표가 미국 경제 전망을 크게 바꿨다고 보지 않으며 주가 하락폭을 키운 것은 침체 우려보다 일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주식 시장은 폭락하고 일자리 수는 끔찍하고 우린 3차 세계대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우린 역사상 가장 무능한 두 '지도자'를 갖고 있다. 좋지 않다!"며 "유권자들은 '트럼프 번영'과 '카멀라 폭락 및 2024년 대공황' 중 선택할 수 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카멀라는 사기꾼 조(바이든 미 대통령)보다 더 나쁘다.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를 파괴한 급진 좌파 미치광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는 2024년 대공황"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당 주장은 5일 뉴욕 증시가 지난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함에 따라 나온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 하락한 38703.27,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3% 하락한 5186.3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43% 내린 16200.0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앞서 한국 코스피지수도 8.8%,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12.4% 폭락하며 시장에 공포 분위기를 더했다. 다만 6일 코스피는 3.3%, 니케이225는 10.2% 급등하며 전날 하락폭을 일부 되돌렸다.
그간 인플레이션 위주로 바이든 정부 경제 정책을 비판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증시 하락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크게 앞선다.
미 CBS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등록 유권자 31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9%)에 오차범위(±2.1) 내에서 앞섰지만 경제 분야에선 뒤처졌다. 응답자들의 24%만이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 정책 시행 때 재정적으로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한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시행 때 재정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5%였다.
지난달 23~25일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도 누가 경제 문제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꼽았고 해리스 부통령을 꼽은 응답자는 40%였다. 이 조사에서 대선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49%)이 해리스 부통령(47%)을 오차범위(±3.1) 내에서 앞섰다.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만족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미국 성인 161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일~30일 시행된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 공동 여론조사에서 일자리와 경제 문제에 있어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38%에 그쳐 반대(53%)를 표명한 응답자 비율이 훨씬 높았다.
현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은 한 때 9%를 넘겼던 인플레이션 기인한다. 지난달 9일 미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방송 인터뷰에서 공화당 유권자인 어부 조지 바리시치는 연료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며 "적어도 트럼프는 사업가다. 그는 우릴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수치는 이러한 믿음과는 다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증시 하락을 비판했지만 미국 증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기간인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반 폭락한 것은 물론이고 S&P500 기준 2018년에도 연초 대비 연말 기준 거의 20% 하락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 집권 기간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던 물가상승률은 1년 만인 2023년 6월부터 3%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연속 인상했지만 고용과 소비가 뒷받침돼 경착륙을 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미국 및 세계 증시 하락은 미국 7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위축 및 7월 실업률(4.3%) 상승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거대 기술 기업 실적 부진, 인공지능(AI) 관련 주가에 대한 의심에 더해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두려움 등으로 인해 촉발됐다는 분석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실업률 지표가 미국 경제 전망을 크게 바꿨다고 보진 않고 있다. 7월 실업률 상승도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는 실직보다 이민자 등 구직자 증가에 기인했다는 분석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컨설팅업체 RSM US의 수석 경제학자 조 브루수엘라스가 "이는 경기 침체 열차가 아니다. 그저 옛날식 시장 공황"이라며 "이는 고용 시장이 둔화되거나 연준이 (금리 인하에) 늦은 것과 관련된 미국발 사건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쉬운 자금의 종식에 적응하고 있는 더 큰 체제 변화에 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금리가 싼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곳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기 시작한 것이 전세계적 주가 급락의 원인이라는 의미다.
5일 발표된 7월 미 공급자관리협회(ISM)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전달(48.8)보다 높아졌고 시장 예상치(51)도 상회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다소 안심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지수가 50이상이면 경기 확장이, 50에 못미치면 수축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LPL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가 "서비스업 확장은 매우 중요하며 노동 시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두려움을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다만 당분간 시장 불안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이로 인해 해리스 부통령의 초반 질주가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 여론조사원 미카 로버츠가 "경제에 관한 부정적 뉴스는 해리스 캠페인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이는 해리스가 경험하고 있던 허니문 기간을 갑작스럽게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 방송은 인플레이션까지 하락하며 미국 경제가 "모든 지표에서 역사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공화당은 지금까지 경제가 엉망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제 실업률과 증시 하락 등 이러한 주장을 홍보할 "새로운 자료"를 확보한 셈이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그와 바이든 대통령이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라며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이 "독립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악관은 5일 오후까지 증시 하락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미 시장조사기관 울프 리서치의 토빈 마커스 미 정책 부문장이 "향후 수일 내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 (바이든 정부나 해리스 캠프가) 직접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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