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업률이 부른 ‘R의 공포’…“경기침체론은 과장” 고개

조해영 기자 2024. 8. 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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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 원인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많다.

동시에 올해 상반기만 해도 미국 경제에 대해 '나홀로 호황'이란 평가가 많았던 터라 급부상한 '미국 경제침체론'에 신중한 반응도 있다.

미 경기침체론에 불을 댕긴 건 실업률이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기는 했으나, 실물지표로 봤을 때 아직 미국 경기가 경착륙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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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실물지표 보면 경착륙 가능성 낮아”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드 전문가인 글렌 커렐이 업무를 처리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 원인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많다. 동시에 올해 상반기만 해도 미국 경제에 대해 ‘나홀로 호황’이란 평가가 많았던 터라 급부상한 ‘미국 경제침체론’에 신중한 반응도 있다. 공포가 가라앉으면서 ‘실물경제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평가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삼의 법칙 가리킨 고용 지표

미 경기침체론에 불을 댕긴 건 실업률이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7월 실업률이 4.3%라고 발표했다. 시장이 떠올린 건 실업률을 통해 경기침체 여부를 가늠하는 ‘삼(Sahm)의 법칙’이었다. 이 법칙은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치가 최근 1년 새 가장 낮은 실업률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든다는 게 뼈대다. 이 산식에 따르면, 7월 실업률은 침체 잣대인 0.5%포인트보다 0.03%포인트 더 높았다. 시장이 7월 실업률을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인 까닭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4.3%’라는 절대적 수치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나아가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상황이 변해 삼의 법칙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이민자 중심으로 노동공급이 증가하면서 ‘마찰적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는 취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노동력 공급에 비해) 고용 속도를 늦추고 있을 뿐”이라고 풀이했다. 7월 실업률이 ‘일시적 현상’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달 미 텍사스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이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삼의 법칙’에 따른 삼의 지표(최근 3개월 실업률 이동평균치에서 1년 새 최저치를 뺀 값) 추이.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누리집 갈무리

수축하는 제조업, 확장하는 서비스업

글로벌 증시가 롤러코스터 양상을 보인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기업 경기다. 증시 폭락세는 1일 발표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46.8)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수는 경기에 민감한 각 기업들의 구매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되는 터라 경기 선행지표 구실을 한다. 하지만 나흘 뒤인 5일 발표된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51.4)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발표됐다. 이 지수는 소비 경기를 보여준다. 급부상한 ‘침체론’이 금세 뒤로 물러선 까닭이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두 지수를 가중평균해보면 ‘침체 수준’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산업생산이 둔화할 수는 있으나 이번 지표만을 보고 경기침체를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2분기에는 깜짝 성장…“금융시장 과민 반응”

전날 급락했던 코스피가 6일 80.60(3.3%) 오른 2522.1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41.59(6.02%) 오른 732.87로 마감됐다. 사진은 이날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2분기 실질성장률은 2.8%(전기 대비, 연율)다. 1분기(1.4%)는 물론 시장 예상치(2.0%)를 크게 웃돈 터라 ‘깜짝 성장’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성장이 앞으로 다소 둔화될 수는 있지만 역성장을 의미하는 ‘침체’에 접어드는 장면을 이른 시기에 보기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의 증시 변동성은 실물경제 위기라기보다는 엔캐리 자금 청산이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도세와 같은 ‘유동성’ 이동 영향이 더 크다는 뜻이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기는 했으나, 실물지표로 봤을 때 아직 미국 경기가 경착륙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도 “최근 부정적인 고용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불안 심리가 확대된 것 같다”며 “오는 9월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미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해영 안태호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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