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도 KBS 기자도 당했다?…무더기 통신조회 논란 뭐길래

김영훈 2024. 8. 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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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귀하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아래와 같이 제공받았으므로 동법 제83조2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이를 통지합니다.
○ 조회기관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문서번호 : 2024-116
○ 조회 주요내용 : 가입정보 (성명, 전화번호)
○ 조회 사용목적 : 수사
○ 제공받은 자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제1부
○ 제공일자 : 2024.01.05
○ 문의처 : 02-530-0000
○ 통지유예 안내 :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 정보제공 이후, 일정기간 동안 통보가 유예될 수 있습니다.
※ 문의사항은 문의처 번호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발신번호 연락불가)

지난 2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문자가 KBS 기자에게 날아왔습니다.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와 재판 등을 위해 통신 사업자에게 △가입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아이디 △주소 △전화번호 △가입·해지일 등 개인 정보를 요청해 임의로 제출받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KBS 기자들에 대한 통신이용자 조회가 이뤄진 겁니다.

■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 규명 위해 정치인·언론인 등 조회 대상만 3천 명?

검찰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논란은 지난 2일부터 검찰이 통신이용자 조회 대상들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일괄 통지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발신번호는 검찰콜센터인 '1301'이었고, '제공받은 자'로는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반부패수사1부가 적시됐습니다.

검찰이 지난 1월 사건 주요 피의자의 △전화 △문자메시지 수·발신 △상대방의 가입자 정보를 조회했다는 사실이 7개월이 지나면서 이뤄진 겁니다.

문제는 검찰이 조회했던 통신이용자정보 대상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상당수였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이번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숫자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일각에는 조회 대상이 3천 명에 이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野 “독재정권에나 있던 무차별 민간인 사찰…피해 사례 수집해 대응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정치인·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통신 조회에 대해 "군사독재정권에서나 있었던 무차별 민간인 사찰"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늘(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 주변에 검찰의 통신 조회 문자를 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보이스피싱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또한 당 소속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통신 조회 여부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회부된 검사 4명 중 한 명인 강백신 검사가 통신 조회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부장검사였던 만큼, 탄핵 조사 때 이를 포함하는 안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검찰이 조회 후 7개월이 지나서야 통보해 '늑장 통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30일 이내 통지를 원칙으로 하되, 사법절차 진행 방해·사생활 침해·행정절차 지연 등의 우려가 있으면 최장 6개월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의 늦은 통보는) 국회가 지난해 통과시킨 (통신 조회 30일 이내에 통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취지에 어긋난다"며 "당 법률위에서 위법 사안이 없는지 살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참여연대 등 7개 단체 역시 검찰의 통신기록 조회를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고 수사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 검찰, "가입자가 누구인지만 조회하는 적법절차"…영장 필요한 통신 기록과는 달라

논란이 되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핵심 참고인의 통화 기록에서 확보한 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어느 번호와 언제 통화했는지를 알 수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는 다릅니다. 다시 말해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수사 대상자가 어느 번호와 언제 통화했는지 내역을 확보한 뒤에, 이 내역에 있는 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를 알아보는 과정입니다.

검찰의 이런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두고 정치권 등에서 나오는 '통신 사찰'이라는 비판에 대해, 피의자 특정 등을 위해 수사상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적법절차'라고 반박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통화 내역을 조회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 이용자 정보, 즉 가입자 내역을 조회하는 상황"이라며 "통신 영장을 발부받은 상대방이 통화한 대상이 주구인지 전화번호만 나와 있기 때문에 전화번호의 가입자를 확인해야만 수사가 진행이 될 수 있어 가입자를 조회하는 것이 수사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사 대상자의 전화 통화 내역을 영장을 발부받아 확보했다면, 신속하게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번호만으로는 신원을 파악할 수 없기에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해야 하고, 정보 조회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상대방이 정치인인지, 언론인인지 알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상이 정치인이라서, 언론인이라서 조회한 건 아니란 얘기입니다.

또한 통지가 7개월 유예된 것에 대해선 "법상 정해진 기한(최대 7개월) 내에 공지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검찰 등 수사기관의 '통신 이용자 정보 조회'는 법원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2022년 7월 헌법재판소는 통신 이용자 정보 조회는 개인 식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로서 민감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신속한 수사 등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제한되는 사익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헌재는 통신자료를 조회한 이후에도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 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원칙적으로 30일 내 사후 통지를 의무화하되 최장 7개월까지 유예할 수 있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지난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늘상 이뤄지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가 이번에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이 때문입니다.

■ 사후 통지 의무화 등 법률 보완에도 '사찰 논란' 등 수사권 남용은 여전히 제기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 정보 조회'가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적법절차에 따라 집행된 것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광범위한 조회와 충분한 고지 설명이 없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가입자 내역 대상 중 언론인이 무더기로 나온 것을 두고선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언론·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통신이용자정보조회는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자체적으로 판단을 하면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구조"라며 "수사기관의 판단이 과도하거나 잘못된 판단이라고 해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가능하면 사후적으로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조회 집행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도로 바뀌어야 하고, 최소한 통지유예 여부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연간 수백만 건에 달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를 위해 일일이 사전 또는 사후에 법원의 판단을 받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수사 지연으로 인해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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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hu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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