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해무

이진규 기자 2024. 8. 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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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동남풍을 빌어 손권을 돕고 조조를 물리쳤다.

여름철 부산에서는 동남풍을 타고 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며 만들어진 바다 안개, 즉 해무가 유난히 자주 발생한다.

부산항에 입항하던 컨테이너선이 방파제 끝부분과 충돌해 좌초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원인으로 해무가 꼽히기도 했다.

부산 바다를 덮친 냉수대, 해파리와 더불어 피서객의 입수를 막는 해무가 여름철 관광 특수에 방해가 되는 불청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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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은 동남풍을 빌어 손권을 돕고 조조를 물리쳤다. 삼국지의 유명한 장면 가운데 하나로 북서풍이 부는 겨울철 벌어진 일이다. 여름철 부산에서는 동남풍을 타고 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며 만들어진 바다 안개, 즉 해무가 유난히 자주 발생한다.


수면 위로 두껍게 깔리며 해안가를 덮치는 해무는 해운대와 영도 등에서 고층빌딩이 공중도시처럼 보이는 장관을 연출하지만 때로는 해안 주변의 안전을 위협한다. 지난달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해무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사흘에 한 번꼴로 피서객의 입욕을 통제했다. 어떤 날은 도깨비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걸 반복해 하루에 세 차례나 통제 조치가 내려졌다. 부산항에 입항하던 컨테이너선이 방파제 끝부분과 충돌해 좌초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그 원인으로 해무가 꼽히기도 했다.

부산 바다를 덮친 냉수대, 해파리와 더불어 피서객의 입수를 막는 해무가 여름철 관광 특수에 방해가 되는 불청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안전 조치만 한다면 해무를 꼭 불편하고 위험한 것으로만 여길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지금,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도 된다.

둥팅호(동정호)와 장자제(장가계)로 잘 알려진 중국 남부 후난성에는 물안개로 떠오른 관광 명소가 있다. ‘중원 최고의 물안개’로 이름난 천저우시의 둥장(동강)과 둥장 호수 일대다. 경상북도와 비슷한 면적인 천저우시를 찾는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에게 필수 코스다. 명성이 높아지며 중국의 국가급 풍경명승구로 장자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물안개는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일출과 일몰 전후로 2시간씩 댐에서 하류로 협곡을 따라 10㎞에 걸친 구간에서 볼 수 있다. 이곳도 1986년 완공된 댐 하층의 차가운 물이 방류되며 따뜻한 공기와 만나 안개를 만들어낸다.

국내에선 경북 청송 주산지가 대표적인 ‘안개 명소’이다. 내륙 산지의 주왕산과 인접한 주산지는 가을철이면 일교차가 커진다. 밤새 기온이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따뜻한 저수지를 물안개가 뒤덮어 해 뜰 무렵 선경을 이룬다. 특히 단풍 명소인 주왕산 등산객에게 필수 코스가 되면서 맑은 가을날 새벽이면 어둠을 뚫고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줄이어 찾는다. 중국 둥장이나 청송 주산지의 물안개처럼 해무는 여름철 부산을 상징하는 풍광 중 하나다. 부산 사람에게는 여름이면 만나는 익숙한 풍경이라도 외지인에게는 ‘직접 가서 볼 만한’ 기상 현상이 될 수 있다.

이진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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