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화재에 전기차 포비아 현상까지… '지하주차장 금지' 공방 나왔다

정민지 기자 2024. 8. 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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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이어 금산도 전기차 불… 열 폭주 위험성에도 마땅한 대책 無
충전기 지상 설치도 실효성↓… 안전성 기준 높이는 제도 강화 촉구
전기차 화재. 금산소방서 제공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 번 불이 나면 연쇄 폭발로 이어져 피해 규모를 키우는 데다 뾰족한 대책도 없어 사회 전반으로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일부 공동주택에선 '전기차 지하 주차 금지'를 두고 입주민과 전기차주 간 갈등까지 일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파손됐다. 아파트 5개 동 480여 가구의 전기와 수도까지 끊겼다. 닷새 만인 6일 충남 금산에서도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주차타워 1층에 있던 차를 밖으로 꺼내 불을 완전히 끄면서 다행히 추가 피해는 없었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 사례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불안감과 함께 의견도 분분하다. '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주차를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다.

아파트·자동차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같은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오면서 입주민들과 전기차주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 모(41) 씨는 "전기차는 한 번 불 붙으면 끄기도 힘들고, 특히 지하주차장에서 그런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차들까지 피해를 받지 않나"라며 전기차 지하 주차 제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세종에 사는 전기차주 임 모(32) 씨는 "전기차 배터리는 열에 취약한데, 요즘 같은 폭염에 지상 주차는 더 위험하다. 요즘 신축 아파트는 지상에 주차장도 없다"고 반발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배터리는 전지 하나에 불이 붙으면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나 연쇄 폭발로 이어지고, 한 번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일반 소화기나 물로는 꺼지지 않아 진화 과정도 까다롭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데다, 폐쇄적인 구조를 지닌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의 진입조차 쉽지 않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한 차에서 발생한 불이 옆 차로 옮겨 붙는 연쇄적 화재 속도가 빠르고, 화재 하중(불에 탈 수 있는 물질을 무게로 표현한 단위)이 커 열량과 유독가스가 다량 배출된다"며 "지하주차장은 구조상 제연설비 설치도 어렵고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진화 대책도 마땅치 않아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기차 충전 시설과 전기차 주차구역을 지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지어진 공동주택 대부분 지상주차장이 없어서다. 충전시설 관련 안전 규정도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전기설비규정상 올해부터 전기차 충전시설은 지하 3층까지만 설치할 수 있지만, 층수에 관계없이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진입이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때문에 전기차 충전 구역 관련 제도를 만들거나, 충전이 완료된 차량은 지상 또는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기준을 높이는 관련 법 제·개정 필요성 등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주의 주기적인 차량 점검과 과충전 방지 또한 촉구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피해 확산 예방을 위해선 전기차 충전기를 옥외에 설치한다거나, 지하주차장에 설치하더라도 최대한 입구와 가까운 쪽으로 설치하고, 충전이 완료된 차량 또한 지상이나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에 주차하도록 해야 한다. 급속 대신 완속 충전을 사용하고 과충전하지 않는 점도 중요하다"며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야외 오래 노출 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테스트 항목을 추가하는 등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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