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토끼·까마귀…친숙한 동물로 빚어낸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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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란 동화집 '봉달이의 졸업 시험'(문학동네·사진)에 실린 짧은 동화 세 편을 어른 독자가 읽는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어른 독자가 흔히 '동화'에서 기대할 만한 문법이나 전개나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개성과 아이다움이 단편 동화 세 편에는 스몄다.
'봉달이의 졸업 시험'은 학교에서 기르게 된 닭 봉달이의 장래를 놓고 몽 교장과 어린 달걀귀신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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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란 동화집 ‘봉달이의 졸업 시험’(문학동네·사진)에 실린 짧은 동화 세 편을 어른 독자가 읽는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아마 약간 어리둥절하지 않을까. 어른 독자가 흔히 ‘동화’에서 기대할 만한 문법이나 전개나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 헷갈리고 어렵고, 그렇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이야기는 탐스럽고 재미있다. 첨가제나 감미료를 안 쓰고도 산뜻·담박·선명한 맛을 낸 음식 같다고 해야 할까. 자유분방한 개성과 아이다움이 단편 동화 세 편에는 스몄다.
‘봉달이의 졸업 시험’은 학교에서 기르게 된 닭 봉달이의 장래를 놓고 몽 교장과 어린 달걀귀신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았다. 몽 교장은 어리숙하고 천진하고 약점도 잡혔지만 마음 따뜻한 어른이다. 야무진 달걀귀신은 봉달이가 어떻게든 학교를 ‘졸업’하도록 돕고 싶다. 갇혀 살아서 갑갑한 봉달이 처지를 달걀귀신 말고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간절하다. 달걀귀신의 이름은 아리인데, 주눅도 들지 않고 또박또박 의사를 몽 교장에게 표현한다. 봉달이와 아리를 합치면 ‘어린이의 마음’이 될 것 같다. 몽 교장은 이들을 존중한다.
‘토끼가 투덜투덜’은 시끄러운 세상 소음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토끼가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다. 자기 방에 들어앉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를 쓰고 싶어 하는 어린이, 귀가 크다 보니 소음에 더 많이 시달리는 토끼. 둘의 불편함은 과연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자꾸 자꾸 까먹어’는 뽐내고 으스대기 좋아하는 어린이가 까마귀로 변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까마귀가 된 어린이가 진짜 까마귀들을 만나는데 이들은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놀고 말썽도 피우고, ‘친구’를 돕기도 한다. 이 대목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원인 안미란 동화작가는 한국 아동문학계의 중진이다.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선정 2024년 아너리스트(IBBY Honour List) 한국 후보에 선정됐고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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