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미가 '단체전 동메달' 더 좋아한 이유: 올림픽 행동경제학

한정연 기자 2024. 8. 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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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의 ‘만약’은 4위
은메달의 ‘만약’은 금메달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
손실 초점 성과급제 더 효과
투자자들의 폭락장 심리도 유사

올림픽에서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하다는 말을 경제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행동경제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은 오랜 기간 이런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개인전 은메달보다 단체전 동메달이 더 좋다"는 허미미 유도 국가대표의 말을 통해 이 이야기를 풀어봤다.

김민종(왼쪽부터), 김지수, 허미미, 안바울, 김하윤, 이준환이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혼성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승리하며 동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리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유도 혼성 단체전 동메달의 감동이 벌써 퍼지고 있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 선수는 개인전 은메달에 이어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받은 후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은메달보다 동메달을 받은) 단체전이 너무 기쁜 것 같다"며 "(다른 선수들과) 함께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미미 선수의 말에 공감하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경제학자들이다. 경제학자들은 오랜 기간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가 더 기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연구를 해왔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행동경제학을 알아야 한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의 방법론으로 경제학 주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에서 개인은 일관되고, 합리적이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은 비합리적이기보단 상대적인 존재다. 그래서 심리학자들과 행동경제학자들에게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올림픽은 현장학습이고,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의 감정 역전 현상은 오랜 연구 주제였다.

토머스 길로비치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가 1995년 발표한 '더 적은 것이 더 많을 때: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반사실적 사고와 만족도'라는 논문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행복도를 비교했다.

논문은 "경기 직후 은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4.8에 불과하지만, 동메달리스트의 행복도는 7.1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시상식대에서도 선수들의 행복도는 동메달리스트가 5.7로 은메달리스트의 4.3보다 높았다.

[사진=뉴시스]
[자료 | 토마스 길로비치 1995년 논문, 참고 | 1=고통 10=황홀 기준]

행동경제학자들은 은메달리스트를 금메달리스트에게 마지막으로 진 선수로, 동메달리스트를 4위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이긴 선수로 본다. 그래서 금메달을 놓친 것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가 더 행복하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서 "물이 절반밖에 안 남았다"와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의 차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명인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974년 사람들이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탈러 교수는 두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치사율 100%인 질병에 걸릴 확률은 0.001%다. 치료비로 최대 얼마나 지불하겠나?" "이 질병 연구에 참여하면 0.001% 확률로 감염될 수 있다. 당신이 치료제를 살 수 없다면, 최소 얼마를 받아야 연구에 참여하겠나?"

참가자들은 0.001%의 사망률을 낮춰주는 이득에는 200달러를 내겠다고 답했지만, 0.001%의 사망률을 올려주는 손실의 대가로는 1만 달러라는 거금을 요구했다. 같은 수준의 위험률이지만 이를 손실로 보는지 아니면 이득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은 최대 50배의 대가를 더 치른다.

존 리스트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2년 「전압효과(Voltage Effect)」라는 책에서 손실과 이득 선호도를 프레이밍 이론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사실에 맥락상 초점을 더 맞추는지를 연구한 게 사회학의 프레이밍 이론인데, 손실과 이득의 심리를 경제적 동기로 사용하면 인센티브 제도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리스트 교수는 시카고 지역 교사들을 손실 프레이밍 그룹과 이득 프레이밍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이득 그룹은 학기 말에 학생들 시험 점수가 특정 수준을 넘으면 인센티브를 줬고, 손실그룹은 학기 초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되 학생들의 시험 점수가 특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돈을 다시 돌려주게 했다.

결과는 손실 그룹 교사들에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의 점수가 월등히 높았다. 손실을 회피하려는 강한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시카고대 교수는 사람들이 왜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한지를 밝혀냈다. [사진=뉴시스]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손실과 이득의 프레이밍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지금처럼 폭락장이 연일 이어지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다. 폭락장이 오기 전에 손절매했다면, 혹은 반대로 베팅했다면 하는 상상 때문이다.

하지만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는 은메달리스트의 좌절이 '만약에 이겼다면 금메달이었는데'와 같은 반사실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만약 주가가 폭락해도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시장 평균 하락치보다 높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지 모른다. 쉽게 말해서 폭락장에서는 "절반밖에 안 남았다"가 아니라 "절반은 아직 남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행동경제학에서도 인간은 합리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인 존재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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