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봉으로 밝혀진 콧속 면역반응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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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속을 깊숙이 찌르는 가늘고 긴 검사 면봉은 코로나19 팬데믹의 풍경을 대표하는 익숙한 물건이 됐다.
연구자들에게 검사 면봉은 들여다보기 힘든 콧속 면역세포의 세계를 보여주는 창이기도 했다.
미국 라호이아면역학연구소(LJI) 연구진은 전문가용 검사에 사용되는 비인두 면봉 검사법을 이용해 1년 넘게 매달 건강한 성인 30여명의 콧속에서 검삿감을 채취해 면역세포들의 상태와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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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콧속을 깊숙이 찌르는 가늘고 긴 검사 면봉은 코로나19 팬데믹의 풍경을 대표하는 익숙한 물건이 됐다. 자가검사 키트의 면봉은 짧은 편이지만 전문가용은 약간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로 길다. 피검자들은 찡하게 찌르는 아픔을 잠시 참아야 했다. 검사 면봉은 간편하고 빠른 감염 진단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방역에만 도움이 된 게 아니다. 연구자들에게 검사 면봉은 들여다보기 힘든 콧속 면역세포의 세계를 보여주는 창이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 연구진은 2021년 7월 검사 면봉을 활용해 코로나19 감염 이후 콧속 세포들에 나타나는 변화를 분석한 논문을 생물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면봉 하나마다 수백개 세포가 묻어 나왔는데, 아르엔에이(RNA) 분석을 통해 감염 이후 콧속 세포들의 변화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콧속에서는 점액 분비 세포가 늘어나고 섬모 세포는 크게 손상되었다. 특히 면역반응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중증 환자의 콧속에서 면역반응은 뚜렷이 약하게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감염의 첫 관문인 콧속의 면역반응이 중증과 경증을 가르는 데 중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새롭게 드러난 콧속 면역반응은 관심을 끄는 연구 주제가 됐다. 면봉은 콧속 면역세포들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 좋은 도구로 인식됐고 다른 연구들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콧속 깊숙한 곳의 면역체계를 자세히 밝히는 연구논문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미국 라호이아면역학연구소(LJI) 연구진은 전문가용 검사에 사용되는 비인두 면봉 검사법을 이용해 1년 넘게 매달 건강한 성인 30여명의 콧속에서 검삿감을 채취해 면역세포들의 상태와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했다. 면봉에서는 병원체의 미래 공격에 대비하는 ‘기억 면역세포’가 무수히 발견됐는데, 코로나바이러스의 침입에 대비하는 기억 면역세포들은 최소 여섯달 이상 안정적으로 상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병원체 침입의 첫 관문인 콧속에 상당히 탄탄한 면역반응의 진지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콧구멍과 목구멍이 만나는 아주 깊숙한 곳에는 특정 항체를 갖추도록 면역세포들을 길러내는 면역조직이 있는데, 감염 상황에서 활동적으로 반응했다. 비상시에 면역세포를 왕성하게 양성하는 방어진지이자 훈련캠프인 셈이다.
감염 초기에 신속 대응하는 면역체계가 콧속에 발달해 있다는 점은 코나 입 점막에 뿌리는 스프레이 백신이 면역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 분야의 연구가 더 진전한다면, 따끔한 주사 백신 외에 간편하게 코나 입안에 뿌리는 스프레이 백신도 익숙하게 사용되는 날이 올 수 있겠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콧속 면역세포 연구에도 들어맞을 듯하다. 인체에 관해서는 세세한 전문 분야에서 수많은 연구가 오랫동안 샅샅이 이뤄져왔는데도, 가깝지만 접근하기 쉽지 않은 콧속의 면역반응은 혈액이나 생검 조직을 이용한 다른 부위의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흔해진 검사 면봉이 연구자들에게 전에 없던 연구와 발견의 기회를 주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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