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독점 판결] `검색제왕 휘청` 美법원, 사업확장 제동… 수십조 손실 전망

워싱턴DC연방法 "반독점 맞다"
검색·광고 매출 31.4% ↓ 분석
대법 패소 시 기업분할 우려도
MS 반색… 향후 애플 계약 기대감

구글이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반(反) 독점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구글발(發) 빅테크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기술 독점 금지 소송 이후 거의 25년 만에 이뤄진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여타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오픈AI와 메타를 비롯한 검색엔진 후발주자들이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신기술로 구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터라 관련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미 법무부가 구글에 대해 향후 기업분할 명령까지 내릴 가능성을 점친다. 구글은 이번 판결에 즉각 항소 계획을 밝혔지만 법정 공방을 거쳐 연방 대법원에서도 패소할 경우 '기업 분할'로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미 법무부가 구글의 검색 사업을 안드로이드나 크롬에서 분리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진다면 1984년 AT&T 해체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업 분할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에 대한 구체적인 시정조치는 추후 재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반독점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경우 사업행태에 일부 조건을 부과하는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 탑재를 위해 스마트폰 업체와 배타적 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조치 등이다. 다만 이런 정도로 반독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사업구조를 바꾸는 구조적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일부 조직을 분할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이는 2000년 MS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MS는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운영체제(OS) '윈도우'에 끼워팔기해 반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제소됐다. 법원은 1심에서 두 개 법인으로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은 MS에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조치를 명령하며 1심 판결을 뒤집었고, 경쟁사 웹브라우저도 함께 탑재하는 식으로 합의했다. 이후 법원이 분할명령을 내린 사례는 없다.

구글이 항소하기로 한 만큼 최종 결론이 내려지려면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그에 앞서 구글이 선제적으로 사업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 오픈AI가 챗GPT 검색을 내놓는 등 AI발 검색엔진 판도 변화와 구글의 사업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검색엔진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20년 구글은 이런 기본탑재 위치를 잃을 경우 애플 기기에서 검색량의 60~80%를 잃으며서 연간 282억~327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해당 연도의 검색·기타 광고 매출(1041억달러) 중 31.4%까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회사가 올해 2분기에 기록한 해당부문 매출(485억달러)에 단순 대입하면, 애플과 계약이 무효화되는 것만으로도 현재 기준으로 분기에 152억달러(약 21조원) 규모까지 손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탯카운터(Statcounter)의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구글이 95%가 넘는다. 그러나 앞으로의 검색시장은 챗GPT로 유명한 미국 AI 기업 오픈AI가 개발 중인 검색엔진 '서치GPT'를 비롯해 메타플랫폼의 라마3 기반 '메타AI', MS의 '빙(Bing) AI', 구글의 '제미나이'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서치GPT를 공개하면서 "우리는 현재보다 훨씬 더 나은 검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MS는 반색하고 있다. 빙 사업 관련 임원들은 구글을 대체할 가능성에 흥분을 표했다. MS 빙은 MSN 같은 MS 뉴스 웹사이트와 함께 연간 126억달러의 광고 수익을 창출했다. 다만 구글이 항소할 예정이라 이번 판결은 1년 이상 지난 뒤에야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빙 등이 이용자의 다양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검색품질을 제공하며 구글을 대체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향후 애플이 구글과 MS 양측과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글은 판결 이후 "우리가 시장 지배력을 우연히 획득한 것이 아니다. 수천 명의 숙련된 엔지니어를 고용했고, 지속해서 혁신적인 사업 결정을 내렸다"며 "그 결과 업계 최고 품질의 검색 엔진이 탄생했고, 수억 명의 일일 사용자마다 신뢰를 얻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이 다른 빅테크와 규제당국 간의 반독점 소송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구글 외에도 MS, 아마존,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다. FTC는 최근 MS가 스타트업인 인플렉션AI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이 반독점법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하고 있다. 영국 경쟁당국(CMA)도 같은 혐의로 MS를 주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계약을 맺는 우회 방식으로 규제·감독 법망을 피해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MS는 지난 3월 AI 기업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AI 사업 최고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인플렉션 직원 70명을 대부분 함께 채용한 바 있다.

아마존은 판매자들로부터 대가를 받고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에 상품을 눈에 잘 띄도록 배치해 주거나 자사의 물류·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마존은 이와 함께 최근 AI 에이전트 개발 스타트업인 어뎁트의 공동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루안과 팀원을 아마존의 일반인공지능(AGI) 팀에 영입했다. FTC는 이 역시 편법 인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앱스토어에서만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 경쟁업체의 진입을 막았다는 혐의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스페인 국가시장경제위원회(CNMC) 등이 애플의 반경쟁 행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역시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제기돼 FTC와 소송 중이다.

김미경·팽동현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