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글 독점 판결, `검색천하` 무너지나

기본 검색엔진 지위 놓치면
연간 최소 수십조 손실 예상
스스로 사업구조 바꿀수도
연방 대법원에서 최종판단

구글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검색천하'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불법적으로 유지하는지 가리는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영향으로 일부 사업을 강제 매각하거나 검색 사업방식에 변화를 줘서 스마트폰 '기본 검색엔진' 지위를 놓칠 경우 연간 최소 수십조의 손실이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은 5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제기한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구글은 독점 기업이며, 구글은 그 지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왔다"고 판결했다.

구글이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에서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려고 비용을 지불한 것이 반독점법 2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미 법무부와 일부 주(州)들이 2020년 10월 구글이 미 검색 엔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어겼다고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재판 과정에서 구글이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자 260억 달러 상당의 막대한 자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미트 메흐타 판사는 "구글이 지불한 260억 달러는 다른 경쟁업체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며 "구글은 시장 지배력을 불법적으로 남용하고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안드로이드와 함께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서 구글의 독점 검색 계약이 반경쟁적 행위와 검색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사실상 법원이 구글의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건 셈이다.

메흐타 판사는 스마트폰과 브라우저의 유통을 독점함으로써 구글이 온라인 광고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검색 결과 페이지 상단에 이용자를 웹사이트로 유도하는 형식의 검색 텍스트 광고를 해서 막대한 매출을 올린다.

검색은 구글에서 거의 전부와 다름 없다. 모회사 알파벳의 매출 57%가 검색광고에서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올해 2분기 구글 총 매출의 76.3%에 해당하는 656억2000만 달러가 검색 서비스 광고에서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을 두고 "현대 인터넷 시대에 거대 기술기업의 권력에 타격을 주고 비즈니스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라며 "구글이 사업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 계획을 밝힌 만큼 최종 판단은 연방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판결로 구글의 사업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구글을 검색엔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를 꺼릴 가능성이 크고, 구글 외 다른 검색 엔진을 택할 수 있다.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구글이 스스로 사업구조를 바꿀 가능성도 크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AI로 인해 구글의 검색엔진 수명이 얼마나 지속될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라며 "당장 구글의 사업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기보다 비즈니스 모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구글이 돈으로 기본 검색엔진 자리를 장악하는 전략을 취하기는 어려워졌고, 다른 검색엔진이 파고들 여지가 생긴 것"이라며 "당장은 더 발전된 검색엔진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글의 시장 장악력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구글은 AI검색엔진에 아직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구글의 지배력 남용으로 결정된다면 구글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구글이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된 가장 큰 원인"이라며 "상당한 기술발전이 이뤄져서 구글의 대체제가 나오면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