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입법과 정치가 멈춰선 나라,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라
정부가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재가하진 않았지만, 시한인 오는 14일까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난 2일과 5일 국회를 통과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노란봉투법도 같은 처지가 될 게 뻔하다.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의 무한 대립으로 정치가 멈춰서면서 법 하나 만들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넘도록 ‘거대 야당의 법안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 후 폐기’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민심을 대변하겠다며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여당은 부당한 입법 폭주에 굴복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구실로 거부권을 행사한다. 여야 모두 대화와 타협은 생각도 하지 않고, 정국 파행의 책임을 상대에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정치 실종’이 일상이 됐다. 이런 상황이니 22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이대로라면 8월 임시국회는 물론, 9월 정기국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판이다.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은 공영방송 정상화, 정당한 노동권 보호라는 점에서 입법의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범야권 192석은 국회 재표결에 필요한 200석에 미치지 못해 여당의 반대와 대통령의 거부권 앞에선 소용없다. 야당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국정 책임을 진 여당의 책무 방기는 더 큰 문제다. 여당이 하는 거라곤 야당이 낸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와 거부권 요청밖에 없으니 한심하다. 여야의 무한 대치에 민생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졌다. 그나마 폭염기 취약계층의 전기요금 감면 문제를 여야가 협의할 뜻을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시급한 민생법안’에 대해선 동상이몽이라 성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정치가 사라지면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면한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한다. 그 일차적 책임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여당을 방패막이로 삼아 반(反)정치를 부추기는 당사자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 그 길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민주당 8·18 전당대회가 끝난 뒤 여야 대표들을 만나 정국 해소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정치를 포기한 대통령’은 ‘국정을 포기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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