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자초한 통신조회 논란…법조계 ”엄격한 통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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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통신정보를 무분별하게 들여다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통신정보 수집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쪽을 '배후'로 지목하고 기자들과의 접촉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무리한 저인망식 수사를 하다 보니 정치인과 기자, 일반시민 등 광범위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까지 나아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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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통신정보를 무분별하게 들여다봤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통신정보 수집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가 수사 중인 이른바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그리고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대상이다. 이들은 2021년 대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검사로 재직할 때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를 진행했다는 인터뷰를 노출하거나 이와 관련된 검증 보도를 이어갔다.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이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특별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리면서 “보도 내용이나 보도 시점의 민감성, 중요성에 비춰 관련자의 치밀한 개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어서 배후세력 여부까지 규명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쪽을 ‘배후’로 지목하고 기자들과의 접촉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무리한 저인망식 수사를 하다 보니 정치인과 기자, 일반시민 등 광범위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까지 나아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 피의자인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쪽의 류재율 변호사는 “검찰이 지난해 9월부터 언론인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고 연락 상대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기자들과의 연락이 있었을 것이라는 ‘그림’을 그려놓고 그림을 맞추기 위해 통신조회를 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언론인들에 대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는 수사기관에 취재원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권력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우려도 크다. 부패 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관계자는 “통신이용자조회가 수사에서 불가피한 부분이긴 하지만, 굳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조회해야 수사가 진행된다고 한다면 애초에 수사 자체가 무리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통신이용자정보를 당사자에게 통지하게 된 건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사후 통제’의 결과이긴 하다. 무분별한 통신정보 수집이 이뤄졌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자들이 낸 헌법소원에서, 2022년 7월 헌재가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을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건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통신이용자정보 조회와 통보 등이 모두 적법 절차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하면서 이런 방식의 ‘사후 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자초하게 됐다. 2022년 7월 헌재 선고 당시에 이종석 재판관(현 헌법재판소장)은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포괄적 규정으로 수사기관 등의 남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취득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끊임없이 통신자료 조회에 영장주의 도입을 권고했고, 지난해 국회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과정에서 함께 논의됐지만 ‘수사의 신속성을 저해한다’는 등의 수사기관 쪽의 우려가 수용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수사의 효율성이 저하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인권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며 “제3자에 의한 통제, 즉 법관의 영장을 받는 절차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나 수사기관의 임의적인 수사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사전적·사후적 통제가 모두 필요하다”며 “수사의 신속성이 문제가 된다면 사후적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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