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세기의 소송, 구글의 패소
정보기술(IT) 기업의 맏형 격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한 것은 1998년이다. MS는 당시 윈도 프로그램으로 개인용컴퓨터(PC) 운영체제 시장의 90%를 점유했으나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넷스케이프에 밀리고 있었다. MS는 PC 제조사들에 원도와 함께 자사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깔도록 했다. 일종의 ‘끼워 팔기’인 셈이다. 1999년 1심 법원은 MS에 반독점법 위반 판결과 함께 회사 분할 명령을 내렸다. MS는 회사가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쟁사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기로 정부와 타협했다.
이 ‘세기의 소송’ 덕에 구글과 애플은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구글은 단순한 디자인과 빠른 검색 속도로 인기를 얻더니 2012년 MS마저 밀어내고 웹브라우저 시장 1위가 됐다. 애플도 윈도 운영체제 버전의 아이팟을 내놓고 사용자를 늘리며 아이폰 출시의 밑바탕을 마련했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 반복됐다. 구글은 2020년, 애플은 올해 3월 미 법무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미 워싱턴 연방법원 아미트 메타 판사는 5일(현지시간) “구글은 독점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기업처럼 행동해 왔다”고 했다. 스마트폰 웹브라우저에 구글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려고 제조사에 비용을 지불한 것은 셔먼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MS 이후 25년 만에 벌어진 ‘세기의 재판’이다. MS나 구글은 소비자 선택에 의한 결과임을 강조했지만 ‘독점은 혁신을 막는 불법’이라는 셔먼법의 정신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미국 ‘반독점 역사’는 ‘석유왕’ 록펠러가 창업한 스탠더드 오일의 독점을 막기 위해 존 셔먼 상원의원 발의로 1890년 반독점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셔먼법에 따라 1911년 스탠더드 오일은 34개 회사로 분할됐고, 이후 미국 최대 담배회사 아메리칸 타바코, 통신회사인 AT&T도 기업 분할 명령을 받았다. 이 모두 미국 자본주의를 건강하게 하는 혁신의 씨앗이 됐다. 한국에선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독과점 기업들이 수수료나 멤버십 요금을 올려 비난을 사고 있다. 이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온라인플랫폼법’은 제자리걸음이다. 언제쯤 한국판 셔먼법의 탄생을 보게 될까.
박재현 논설위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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