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문’ 밝혀졌는데도 더욱 거세지는 영국 反이민 폭동...英총리와 머스크는 정면충돌
폭동 촉발한 ‘무슬림이 흉기난동’ 소문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누적된 반이민 정서 폭발하며 폭력시위 이어져
영국 전역에서 8일째 계속되고 있는 반(反)이민 폭력 시위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출범 한 달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시위는 중서부 도시 사우스포트에서 어린이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칼부림 사건 범인이 무슬림 이민자라는 거짓 정보로 촉발됐다. 영국 정부가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고 이를 국민에게 여러 차례 알려 시위대도 알고 있을 텐데도 폭동은 이어지고 있다. 자극적인 거짓 정보에 누적된 반이민 정서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BBC에 따르면 벨파스트, 달링턴, 플리머스 등의 도시에서 5일 밤까지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진압에 나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최루탄을 쏘며 공격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이번 폭동 사태로 현재까지 378명이 체포됐다. 스타머는 이날 긴급안보회의를 열고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말 그대로 폭력이며, 우리는 모스크나 무슬림 커뮤니티에 대한 공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폭동이나 소요 사태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질서 담당 전문 경찰관들로 구성된 상비군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엔 난민 수용 시설로 알려진 잉글랜드 로더럼의 한 호텔에 시위대가 모여 난입과 방화를 시도하는 등 이민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벌어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공격하거나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을 불태우는 등 갈수록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 영국 법원이 ‘미성년자 신상 공개’라는 이례적 조치를 통해 범인은 소문처럼 이슬람교도가 아닌 아프리카 르완다 출신이고, 이민자가 아닌 영국 태생이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진정되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2011년 흑인 마크 더건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진 사건으로 야기된 시위가 전국적인 폭동으로 번져 2000여 명이 사법 처분을 받은 사태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폭력 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교민이나 자국 여행객에게 안전 경보를 발령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런던의 주영 한국 대사관도 홈페이지에 긴급 공지문을 올리고 “영국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앞으로도 언제든 극우 폭력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영국에 있는 우리 국민은 신변 안전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호주 정부도 폭력 시위 발생 지역으로의 여행을 피하라고 안내했다.
이번 시위와 관련해 스타머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정면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에 폭력 시위 영상을 공유하며 “영국에서 내전이 불가피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하루 뒤에는 ‘무슬림 커뮤니티 공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스타머의 글을 자신의 엑스 계정으로 가져온 뒤, “(이슬람 공동체만 보호할 게 아니라) 영국의 모든 공동체에 대한 공격을 걱정해야 하지 않느냐”는 글을 올렸다. 반이민 시위대 편을 든 것이다. 머스크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엑스에 이민자를 공격하는 게시물을 수차례 올린 적이 있다.
영국 정부는 반발했다.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머스크의 글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발언”이라며 “현재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동은 극소수 우익 세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이들은 영국의 사회 여론을 대변하는 자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머스크를 겨냥해 “소셜미디어를 타고 폭동을 부추기는 발언이 판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기업인이 앞장서 이 같은 발언을 내뱉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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