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보다 약한 조정…과열 가라앉고 정상에 가까워져[오미주]
지난 5일 글로벌 증시 급락세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1987년 블랙먼데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블랙먼데이는 1987년 10월19일 월요일에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가 하루만에 20% 이상 폭락하며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던 사건을 말한다.
지난 5일 일본의 닛케이225는 12.4% 폭락하고 한국의 코스닥지수는 11.3% 추락했다. 미국 증시도 엔비디아가 한 때 15%까지 낙폭을 키우며 공포 분위기가 심화됐지만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3%대의 하락률로 선방하면서 블랙먼데이는 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며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최근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며 글로벌 주식 매도세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매킨토시는 이러한 5가지 요인이 최근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를 다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하며 주식에 올인했던 것이 증시 낙폭을 키운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증시 폭락의 극단적인 사례로는 1987년 블랙먼데이와 1998년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을 수 있다.
매킨토시는 이 가운데 최근의 주가 급락은 LTCM 파산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1987년 블랙먼데이의 완화된 버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대거 공급해 증권사들이 파산을 피하면서 경제는 타격을 받지 않았고 주가 하락도 2년만에 모두 회복됐다.
매킨토시는 1987년 블랙먼데이에서 가장 긍정적인 것은 주가 폭락이 주식시장의 문제로 끝나면서 주요 금융회사 파산이나 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은 점이라고 설명했다.
S&P500지수는 1987년 8월 고점 때까지 8개월간 36% 급등했는데 올해도 S&P500지수는 7월16일 사상최고치까지 8개월간 33% 올랐다.
올해 증시는 통화 긴축적인 환경에서 국채수익률이 높은데도 상승했다는 점에서도 1987년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1987년과 마찬가지로 그간의 차익을 보전하기 위해 언제든 주식을 매도할 준비가 돼 있었던 셈이다.
LTCM은 미국 은행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규모가 큰 헤지펀드였으나 연준은 3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은행들과 협조해 LTCM 파산의 여파를 서서히 정리할 수 있었다.
당시엔 증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데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로 풀린 유동성은 닷컴 버블을 키워 2년 뒤 붕괴를 초래했다. 닷컴 버블 붕괴로 기술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경제는 완만한 침체에 빠졌다.
매킨토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투자자들을 흥분시켰던 증시 과열이 금융 시스템이나 경제를 위협하지 않고 1987년보다 더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도 여전히 올들어 주가 상승률이 100%가 넘는 엔비디아 같은 일부 종목이 있긴 하지만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올들어 상승률이 각각 8.7%와 7.9%로 낮아져 이미 정상에 많이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패닉이 가라앉고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한다면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될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엔 개장 전에 중장비회사인 캐터필러와 차량 공유 서비스회사인 우버 테크놀로지스가 실적을 발표하고 장 마감 후에는 AI 서버업체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와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실적을 공개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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