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공무원들 "철밥통이 배부른 소리?…그 철밥통에 밥이 없어"
"철밥통에 밥 없어…공무원 임금 인상" 강력 촉구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이른바 'MZ 공무원'인 청년 공무원들이 낮은 임금 등 열악한 처우를 한 목소리로 규탄하며 공직사회 이탈을 막기 위한 임금 인상을 정부에 강력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2030 청년위원회는 6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년 미만 저연차 공무원의 조기 퇴직자는 2019년 6663명→2020년 9258명→2021년 1만693명→2022년 1만3321명으로 3년 사이 2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1만35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공무원 노조는 이러한 배경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꼽고 있다.
김영운 2030 청년위원장은 이날 "정부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떠나는 MZ 공무원을 잡기 위해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이직하는 가장 큰 이유인 낮은 임금에 대한 개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노조에 따르면 올해 9급 1호봉(초임) 공무원 임금은 기본급 187만7000원에 직급 보조비 17만5000원, 정액 급식비 14만원, 정근수당 가산급 3만원 등을 더해 월 232만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9860원) 기준으로 환산한 일반 근로자 월급(206만740원)보다 26만원 많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월 19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공무원 노조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민간 대비 공무원 임금 수준은 83.1%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공무원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이 임금 인상에 대해 요구하면 '철밥통'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그 철밥통에 밥이 없어 철밥통 깨부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너져가는 공직 사회를 되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공무원 임금 인상을 해야 한다"며 "자긍심, 사명감 모두 정당한 보상, 임금 인상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해길 전공노 거제시지부 지부장도 "정부는 아직 젊은 청년들이 공직을 떠나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며 "내가 일한 만큼 임금을 안 줘서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악성 민원, 업무 과중, 주말 비상근무 등을 언급한 뒤 "이렇게 일하는데 실질 임금은 매년 마이너스"라며 "공무원은 해서는 안 될 직업이다. 철밥통이라고 하는데, 밥통에 밥은 없고 밥통이 찌그러져 밥을 담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다 알고 들어온 거 아니냐', '돈 벌려면 공무원 하지 말았어야지', '솔직히 공무원 하는 일 없지 않냐', '나중에 연금 나오는데 무슨 걱정이냐', '왜 수당과 각종 복지 혜택을 쏙 빼고 못 살겠다고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는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은 너무 초라하다. 그것마저 매년 거의 삭감 수준"이라며 "공무원 연금은 이미 박살났다. 국민연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건 정해진 미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청년 공무원들이 다 떠나기 전에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공무원 노조는 내년도 공무원 보수로 기본급 31만3000원(8.1%) 정액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 산하 공무원보수위원회(공보위)는 5급 이상 2.5%, 6급 이하 3.3% 인상을 결정했다. 9급 1호봉 공무원에 대해서는 생계비 보장을 위해 수당을 포함한 보수를 월 16만원 이상 인상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다만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공보위 결정 사항을 그대로 수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청년 공무원들은 "기재부는 공보위 결정을 이행하고, 공무원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향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철저히 묻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청년 공무원들은 각종 구호가 적힌 양은 냄비를 들고 행진하다가 정해진 자리에서 신호에 맞춰 양은 냄비를 밟아 찌그러뜨기리도 했다. 철밥통이 그려진 상자를 쌓고 이를 대형 망치로 무너뜨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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