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구두…곳곳 도사린 상품권 리스크[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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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촉발한 주요 원인은 이커머스가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을 내재화해 정산도, 판매도, 배송도 한 몸으로 하면서 PG사의 돈을 마음대로 쥐락펴락했기 때문이다.
그 한 복판에는 중구난방 상품권 비즈니스가 있었다.
PG사를 겸하는 티메프가 채권을 발행하듯 필요할 때마다 '해피머니' 상품권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며 1조원대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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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정부가 이커머스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판매자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7일부터 5000억원 상당의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신용보증기금을 지원한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이기 때문에 연쇄 도산 사태를 막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21년 발생한 ‘머지 포인트’ 사태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비슷한 일이 또 반복되면서 결국 ‘사후약방문’에만 충실했다는 것이다.
티메프 사태를 잘 넘기면 한숨 놓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해피머니’ 외에도 이커머스 부실 사태를 키울 뇌관은 도처에 널려 있다. 구두상품권부터 주유상품권, 외식레저상품권, 호텔 뷔페이용권, 골프장 이용권 등 다양한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의 다양한 상품권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돈을 미리 받아 나중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의 상조회사 역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티메프는 최대 10% 넘는 할인율을 내세워 해피머니 상품권을 대량 판매하면서 부실을 키웠다. 여기서 티메프를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로, 해피머니를 주유·구두·골프 상품권 등으로 대체해 보면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된다. 티메프 고객들은 25년 역사를 가진 해피머니가 이렇게 휴짓조각이 될 줄 예상했겠는가. 지금 시중에 도는 여러 상품권이 휴짓조각이 안 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머지 포인트’ 사태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돼 다음 달 시행 예정이지만 허점이 많다. 전자금융거래업체가 상품권 등 선불충전금을 100% 별도 관리하도록 했지만 발행 잔액 30억원·연간 총발행액 500억원이 넘는 기업만 해당한다. 상품권 발행 주체와 발행 한도 규제가 포함돼 있지 않고 소비자의 돈을 예치 가능하도록 열어뒀다. 그래서 언제든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티메프 발 사태 해결을 위해 이커머스 판매자 정산주기 단축, PG 겸영 금지 등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모두 중요한 대책이고 반드시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여전히 놓여 있는 상품권 비즈니스 리스크부터 발본색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티메프 사태’도 이름과 형태를 조금씩 바꿔서 또다시 망령처럼 나타나고 또다시 ‘사후약방문’이 계속될 것이다. ‘머지 포인트’ 사태에서 그랬듯 말이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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