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파트촌까지 내려온 들개… 시민은 겁에 질렸는데 당국은 책임 회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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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인해 늦은 밤까지 산책을 하는 시민이 많은 가운데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촌에도 들개가 출몰해 시민 불안이 커진다.
하지만 기초단체와 소방당국은 서로 '남의 일'이라며 들개의 포획을 미뤄 빈축을 산다.
일반적인 길고양이처럼 TNR(포획·중성화·방사)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들개의 특성상 자연 번식을 통해 전체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 주원인으로 시는 추정한다.
하지만 소방대원들은 들개 포획을 하지 않고 산쪽으로 개들을 몰아냈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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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산책할 때 불안. 돌아가기도" 토로
구, 신고 주민에 "119 로" 안내
출동한 119는 개 쫓아낸 뒤 "구에 신고하라"
취재진에 "출동 당시 못 봤다" 발뺌도
열대야로 인해 늦은 밤까지 산책을 하는 시민이 많은 가운데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촌에도 들개가 출몰해 시민 불안이 커진다. 하지만 기초단체와 소방당국은 서로 ‘남의 일’이라며 들개의 포획을 미뤄 빈축을 산다. 게다가 소방당국은 “출동 현장에서 개를 못 봤다”며 발뺌해 비난을 자초한다.
동래구 온천동 주민 박모(40) 씨는 지난 5일 밤 9시께 아파트를 나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중 야생 들개 4마리와 마주쳤다. 들개들은 도로까지 다가와 박 씨와 그의 반려견을 향해 맹렬히 짖었다. 들개가 무서웠던 박 씨는 이후 멀리 돌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문제는 박 씨가 들개를 마주치는 것이 비슷한 장소에서 반복해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박 씨는 “올 들어 예닐곱 번은 마주친 것 같다. 매일 산책을 하는데 예전에 들개와 마주쳤던 곳을 지날 때마다 불안하다”며 “나도 개를 키우지만, 줄이 없는 다수의 들개가 몰려와 나를 향해 짓어대면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선다”고 토로했다. 주민 한모(여·30대) 씨도 “매일 불안에 떤다. 아파트가 몰려 있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시민공원 사건을 기사로 접한 뒤로 더욱 두렵다”고 말했다.
들개 포획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산에서 포획된 들개의 수는 ▷2021년 298마리 ▷2022년 331마리 ▷ 2023년 377마리로 증가했다. 일반적인 길고양이처럼 TNR(포획·중성화·방사)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들개의 특성상 자연 번식을 통해 전체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이 주원인으로 시는 추정한다. 지난 1월 3일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는 들개가 20대 남성 A 씨의 얼굴을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상처를 50바늘이나 꿰매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어 A 씨를 문 것으로 추정되는 들개가 같은 달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의 반려견을 물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와 소방당국은 포획 책임을 서로 미뤘다. 박 씨는 동래구에 들개 출몰 사실을 신고했지만 당직자가 119 신고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씨는 119에 신고해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소방대원들은 들개 포획을 하지 않고 산쪽으로 개들을 몰아냈다고 박 씨는 설명했다. 박 씨는 “오자마다 개를 쫓아내더니 ‘어두워서 잡기 어렵다. 낮에 구청에 신고하라’고 하더라. 나도 잡기 힘든 건 알고 있지만, 포획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미루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인데 사람이 다치고 나서야 대책을 세울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출동한 현장에 개가 없었다. 개를 본 적이 없다”며 발뺌했다.
동래구는 실수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구 관계자는 “들개 목격 신고는 기초단체에 하는 게 맞다. 당시 들개 민원이 당직실에 접수되면서 직원이 안내를 잘못한 것 같다”며 “당직실 매뉴얼을 점검·보완해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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