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도 떨어지는데...ELS투자자들 어쩌나
‘아시아 증시 폭락’ 사태와 함께 홍콩 H지수가 하락하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다. H지수가 6000에서 5700대로 떨어지면 시중은행을 통해 이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2.5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및 거래량을 기준으로 선별한 50개 기업으로 구성돼있다. 6일 오후 4시 기준 홍콩 H지수는 5877을 기록하고 있다.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대의 고점을 기록한 후 가파르게 하락해 2022년 10월에는 50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1월 5001로 바닥을 친 뒤 5월 6986.2로 연중 최고치로 올랐다가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강력한 중국 제재를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 H지수 하락세에 불을 붙인 것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불거진 아시아 증시 폭락이었다. 홍콩 H지수는 지난 5일 전 거래일 대비 1.64% 하락한 5876.64로 장을 마쳤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규모는 4조원가량으로 집계 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 등 은행 6곳에 따르면, H지수가 5700선까지 떨어질 경우 올해 8~12월 투자자들의 홍콩 ELS 관련 손실액 규모는 4660억원으로 늘어난다. 6000선을 유지할 때 손실액이 1820억원 정도로 집계됐는데 두 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한 은행의 경우 H지수가 6500에서 6000으로 떨어질 경우 하반기 손실액이 3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H지수가 6000선을 넘었던 7월 중순까지는 은행권에 낙관적인 전망이 확산됐다. H지수가 7000선을 넘을 경우 ELS 투자자들이 손실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 원금과 3년분 이자까지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 ELS 판매 금액이 가장 컸던 국민은행은 지난달 중순 이후 손실이 멈췄고, 하반기 만기 예정인 상품들은 녹인(knock-in)형이라 H지수가 4774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홍콩 H지수가 6월 평균 수준(6456.11)을 유지한다면 손실액이 없을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홍콩 ELS 관련 배상 등에 대비해 마련해뒀던 충당 부채와 충당금을 2분기에 환입하기도 했다. 지난 2분기 시중은행들의 환입액은 국민은행 880억원, 신한은행 913억원, 하나은행 652억원 등이었다.
그러나 홍콩 H지수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아직 ELS 상품의 만기가 남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H지수 하락세가 계속되면 예상보다 손실이 커질 수 있어 현재 진행 중인 배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가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홍콩 ELS 불완전 판매 관련 자율 배상을 주문했고, 은행들은 올해 3월부터 자율 배상에 나섰다. 올해 5월에는 은행들이 투자자가 입은 손실액의 30~65%를 배상하라는 금융 당국의 결정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이 업계에서 제출받은 ‘홍콩 ELS 자율 배상 진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9일까지 주요 은행의 배상 진행(안내)은 13만997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배상 동의(합의) 건은 9만2794건으로 66.3%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의 세부 내역을 보면 배상 진행 중 손실액 대비 배상액 비율은 평균 30.9%로 집계됐고, 배상 동의 중 손실액 대비 배상액 비율은 평균 33.7%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하락세로 인한 손실이 상반기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하반기 ELS 판매 규모가 상반기보다 적어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줄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손실과 배상 규모를 추정할 때 H지수가 5700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현재 지수는 예상한 범위 내”라며 “그 이상 하락하면 손실 규모가 커질 수는 있으나 하반기 ELS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 영향은 상반기보다 작을 것”이라고 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경제지침서 ‘조선일보 머니’ 보러가기] : https://www.youtube.com/@chosunmoney?sub_confirmation=1
▶함께 보면 좋은 영상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