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시민들 “총리 사퇴, 첫 승리지만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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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역사를 썼다. 첫 승리지만 갈 길이 멀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거리에 나온 시민 탄비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끝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이렇게 환호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6일 보도했다.
"독재에 맞선 투쟁" "자유"를 외친 시위대는 하시나 총리의 아버지이자 '방글라데시 국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동상 위에 올라가 도끼로 머리를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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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긴급회의, 과도정부 구성키로
이른 시일 내 총선 시행 의견 모아
“오늘 우리는 역사를 썼다. 첫 승리지만 갈 길이 멀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거리에 나온 시민 탄비르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끝에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자 이렇게 환호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6일 보도했다. “독재에 맞선 투쟁” “자유”를 외친 시위대는 하시나 총리의 아버지이자 ‘방글라데시 국부’로 불리는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1920~1975)의 동상 위에 올라가 도끼로 머리를 내리쳤다. 시위대 일부는 총리 관저에 달려 들어가 하시나 총리가 키우던 오리와 물고기부터 의자와 선풍기 같은 집기를 들고나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시나 총리는 1971년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에서 독립할 때 독립전쟁을 이끈 라만 초대 대통령의 딸로 한때는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 1975년 라만 초대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 뒤 체포되어 처형됐을 때 영국에 있어 목숨을 건졌다. 이후 영국과 인도에서 살다가 1981년 귀국해 군부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일궈냈다. 아와미연맹을 이끌고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해 2001년까지 집권했다. 이후 2009년부터 다시 집권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뒤 정치적 반대파 체포 등 독재정권의 행태를 답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올해 초 총선에서는 야당 상당수가 선거가 불공정하게 치러진다며 보이콧했다. 통산 20년 넘게 집권했던 그가 물러나게 된 계기는 ‘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대한 대학생 중심의 반대 시위였다. 하시나 총리는 군을 동원해 유혈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300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은 추정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이 지난달 21일 할당 비율을 대폭 줄이라는 판결을 내렸으나, 반정부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하시나 총리는 5일 군용 헬기를 타고 인도로 도피했으며, 6일 제3의 국가로 이동했다고 인도 에이엔아이(ANI)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영국 시민권자인 여동생 셰이크 레하나와 함께 영국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고 인도 언론들은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모하메드 샤하부딘 대통령은 전날 밤 군부와 여야 정치인들과 함께 긴급회의를 한 끝에 과도정부를 구성해 이른 시일 내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샤하부딘 대통령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시위대 전원과 하시나 총리의 정적인 야당 지도자 칼레다 지아 전 총리 등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지도부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빈곤 퇴치 운동가인 무함마드 유누스(84)가 과도정부 수반인 최고고문을 맡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전격적인 총리 사임 뒤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혼란과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위대는 라만 초대 대통령의 유품이 전시된 방가반두 박물관에 불을 질렀고 경찰서를 공격하기도 했다. 의류 공장 등 산업 시설과 교육기관 등도 폐쇄됐다. 하시나 총리의 도피를 도운 인도에 대한 공격 양상도 나타났다. ‘정책 대화센터’의 데바프리야 바타차리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비비시에 “힌두교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이 심화해 당국의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며 “방글라데시 내 힌두교도와 사원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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