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칼럼] AI가 견인하는 반도체 시장에 `거품`은 없다
지난달 구글의 실적 발표 이후 인공지능(AI) 거품론이 확산되면서 이제 막 올라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조기에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필자는 "주가는 모르겠지만 반도체 호황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AI 거품론이 나온 이후 전세계 반도체 주가는 하루 새 지옥과 천당을 오락가락했다. 전날 10%나 급락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6일 5% 반등했고, 삼성전자 역시 전날 10% 폭락한 뒤 2% 반등했다.
'AI 거품론'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도 반도체는 살아났다. AI 대장주 격인 엔비디아가 5일(현지시간) 6.4% 급락한 반면, 경쟁사 중 하나로 꼽히는 AMD의 주가는 1.75% 상승했다. ASML은 1.36%, 램리서치는 0.97%,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0.03% 각각 상승하는 등 반도체 장비주도 선전했다. 엔비디아가 떨어지는 대신 AMD가 오르고, 마이크론이 떨어지는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살아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차세대 제품 생산 차질 우려가 나오는 엔비디아처럼 기업별 상황은 다를 수 있으나, 반도체는 이제 산업의 '쌀'을 넘어 '공기'처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임은 분명하다. 생성형 AI에도 거품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반도체 대세론은 분명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는 당분간 상승세가 꺾이진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1~2년치 안팎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주를 확보했고, 이로 인해 개별 D램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HBM이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HBM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D램 공급 부족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혹자들은 세계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소비위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반도체 탑재량이 늘면서 이를 만회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에는 아주 작은 시장이었던 가전과 모빌리티 디바이스에서의 반도체 탑재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 635억6300만달러(약 80조7300억원)에서 2026년 962억3100만달러(약 122조21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과 안전, 인포테인먼트를 대폭 강화한 차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예상보다 더 빠르게 규모의 경제를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전제품 역시 AI 기능이 대거 들어가면서 반도체 탑재량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 수요는 다소 위축되고 있으나 스마트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큰 집에서 살아본 사람이 다시 작은 집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한 말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6조4000억원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거둔 다음 날 전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영향"이라며 "경영현황이 개선됐지만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질타했다.
적어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언제나 '세계 최초·최고·최대'를 자랑했던 삼성의 '초격차'가 HBM 시장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8조5600억원으로 SK하이닉스(16조4233억원)보다 약 12조원 더 많은데, 영업이익은 6조4500억원 대 5조4685억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직전 슈퍼사이클 시기였던 2018년 1분기 영업이익(삼성전자 11조5500억원, SK하이닉스 4조3673억원)과 비교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HBM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10여년 전부터 주목했던 SK하이닉스와 상대적으로 간과했던 삼성전자의 판단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로 직접 찾아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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