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세대발사체 소송전 가나...항우연 “단독 소유” vs 한화 “공동소유”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8. 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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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연 “단독 소유”
개발사업 100% 국비로 진행
한화는 물품구매 용역일뿐
다른 기업과 기술 공유해야
한화에어로 “공동 소유”
발사체 개발에 4000억원 투입
지재권 보장 이면 합의 존재
로펌 선임해 민사 소송 대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얻는 지식재산권을 두고 항우연과 본격적인 법률 다툼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로 얻는 지재권에 대해 공동 소유를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법무법인 율촌에 이어 추가 변호인을 선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사소송까지 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 저궤도 위성 투입을 주로 수행하는 누리호에 비해 탑재 용량과 궤도 투입 성능 등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개발에 2032년까지 국비 약 2조132억원이 투입된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수행하는 이 대형 사업은 국내 뉴스페이스 정책의 근간으로 평가된다. 개발 전 과정에 기업을 참여시켜 사업 종료 이후 기업이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 역량을 자연스럽게 확보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이른바 한국판 스페이스X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번 다툼의 쟁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타 기업에 기술 이전이 가능한지 여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재권을 공동 소유해 타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항우연은 다른 기업에 기술 이전이 가능하도록 항우연 단독으로 지재권을 소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금을 들여 개발한 사업의 결과물을 한 기업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독점기업은 황소개구리와 다름없다”며 “발사체 기술이 독점화되면 국내 우주개발 생태계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는 만큼 지재권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지재권을 두고 서로 간 입장차가 큰 것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 기여도에 대한 관점이 달라서다. 이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구개발(R&D) 용역이 아닌 물품구매 용역 계약을 맺었다”며 “이 업체는 항우연이 준 설계에 따라 대리로 물품을 사서 조립하는 역할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한화가 투입하는 돈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회사 자체적으로 우주개발 관련 인력 구성과 장비 구입 등에 이미 약 4000억원을 투입했다”며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상 사업을 같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재권 소유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항우연이 문제로 삼는 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계약서 합의 직후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일종의 ‘이면계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계약 과정에서 항우연이 추후 지재권 공동 소유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했고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동의했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계약 과정에 대한 비밀유지 조건이 해제되는 시점이 되면 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우연 측은 이와 관련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 우주산업 육성에 지장이 없도록 이번 갈등을 빨리 봉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갈등이 민간소송으로 이어지면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올스톱’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조정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양측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조율될 가능성은 낮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 포기까지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 역시 “함께 회식을 한 다음날 지재권 관련 이의제기서를 보내는 이들과 어떻게 일하나”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통적으로 우주항공청 역할에 문제를 제기했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지재권 이슈는 이미 뻔히 예상됐던 문제인데, 우주개발 컨트롤타워를 하겠다던 우주항공청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중간에서 혼란만 야기하고 있어 없는 것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지재권 이슈는 그냥 놔두면 항우연과 한화에어로가 알아서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라며 “하루빨리 우주항공청이 자리를 잡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은 개청 3달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비정상 가동 중이다. 개청 후 인사에 매달려있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 우주항공산업국장 등 주요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다. 발사체를 포함해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부문장, 부문장을 뒷받침해 실무를 담당할 과장 인선도 끝마치지 못했다. 국가 우주개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주항공청은 부족한 인력으로 과제들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 임원의 방한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NASA가 우주항공청을 ‘패싱’하는 등의 일도 벌어졌다. 우주상황인식(SSA), 우주 사이버보안 등 국제 사회에서 제기되는 우주 이슈들은 대응을 하지 못하는 있다. 현재 우주항공청에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소관 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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