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주차에 전기차 충전까지 … 현대차 로봇, 일상으로 성큼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4. 8. 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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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억대 질주 車 너머의 미래 전략
근로자 피로 줄이는 웨어러블
현대차·기아 공장에 우선 적용
내년엔 모빌리티 로봇 양산
"개발·실증 넘어 사업화 추진
대량생산으로 가격 낮출 것"

◆ 현대차 1억대 질주 ◆

자동차 50%, 미래항공모빌리티(AAM) 30%, 로봇 20%.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밝혔던 회사의 미래 매출 청사진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자동차가 벌어들이는 매출이 전부다. 현재 돈을 가장 잘 버는 제품은 자동차이지만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미래에는 지속적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 회장이 공언한 것처럼 자동차 비중을 절반으로 내리는 미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새 먹거리를 적극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 자리를 지켜내고 현대차가 누적 1억대 생산을 돌파하며 세계 최고 수준 이익률을 내는 가운데서도 정 회장은 '가장 가까운 미래'로 로봇을 낙점했다. '넥스트 자동차'를 이끌 현대차그룹의 핵심 차기 먹거리는 로봇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로봇은 산업 수요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사업으로 밝혀온 AAM, 자율주행, 달 탐사 등 여러 분야 중에서 본격 사업화에 돌입한 건 로봇이 처음이다.

로봇은 현대차그룹 연구소에만 머무는 설익은 기술이 아니라 이른 시일 내에 하나의 핵심 사업으로서 자리 잡을 주력 아이템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로봇사업을 총괄하는 현동진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장(상무·사진)은 의왕연구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지금까지 현대차 로봇 사업은 연구개발과 실증 테스트 등에 집중했지만, 올해 말을 기점으로 양산 시대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테스트용으로 맞춤 양복을 몇 벌만 만들었다면 앞으론 기성품 양복을 여러 벌 두고 판매하는 사업화 시점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사업화의 첫 시동을 건 제품은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인 '엑스블 숄더'다. 엑스블 숄더는 작업자 몸에 착용해 근력을 보완하거나 부상 위험을 줄여주는 로봇을 말한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고 작업 피로도는 줄여준다.

엑스블 숄더는 인간 관절 움직임을 모방해 하중 지지력과 이동성을 높여준다. 다중 피봇 포인트(어깨·팔꿈치·손목 등 관절부에 위치한 회전축)와 다중 링크 근육 보조 기능을 결합한 '다중 중심축'을 갖춰 배터리가 필요 없고 무게는 2㎏ 미만이다.

엑스블 숄더는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질 계획이다. 판매 가격은 수백만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며 구체적인 생산 방식과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 엑스블 숄더는 작년 말 준공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시범 적용됐다. 현대차와 기아 공장을 비롯해 그룹사 공장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일 예정이다.

현 상무는 "엑스블 숄더는 2022년부터 일부 생산설비에 시범 적용되면서 상품성을 계속 높여왔다"며 "정확한 가격은 미공개지만, 타사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천 대를 생산해 현대차·기아 공장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면서 그룹 내부 캡티브 시장의 검증을 거치게 된다. 이후 다른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4분기에는 신개념 모바일 로봇인 '모베드(MobED)'를 양산하기로 했다. 모베드는 바퀴 4개가 달린 평평한 카트처럼 생긴 로봇이다. 첨단 로보틱스 기술을 총집약해 만든 제품이다. 모베드는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불린다. 짬뽕 국물을 흘리지 않고 일반 도로에서 배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를 두고 로봇이 아닌 '플랫폼'으로 부르는 건 확장성이 높아서다.

카트처럼 생긴 이 로봇에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1인승 모빌리티, 화물 운송, 특수 촬영, 방문객 안내, 배달 로봇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백만 원대로 비교적 가격 장벽이 낮은 엑스블 숄더와 달리 모베드는 가격이 고민거리다. 모빌리티, 기계공학, 센서, 인공지능(AI) 등이 집약된 '기술 백화점'과 같은 로봇을 생산하기 위해선 초기 개발과 생산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비단 모베드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향후 확대할 로봇 사업화를 위해선 판매 가격이 가장 핵심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기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로봇을 만들어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로봇 사업화가 어려웠던 건 높은 가격 장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살 만한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그래서 가격이 더 내려가는 선순환을 만들어 로봇 사업화를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생산 노하우와 공급망 등을 적극 활용해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와 높은 품질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 로봇과 의료용 로봇도 개발해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양산 계획이 잡히지 않았지만 수년 내 이들 로봇도 사업화할 방침이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안내하는 영업 거점 서비스 로봇인 '달이'와 전기차 충전 로봇,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물류 배송 로봇, 주차 로봇 등 로봇 제품을 다변화한다는 전략도 갖추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의료용 로봇 '엑스블 멕스'는 미국에서 관련 인증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도 아틀라스 등 미래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박소라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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