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휴가 이후 무더기 거부권 불 보듯... 정부, '방송4법' 재의요구 건의

나광현 2024. 8.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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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일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안을 정부에 이송하고 15일 안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며 "휴가 중인데 서둘러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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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총리, 국무회의서 재의요구 건의
휴가 이후 尹 재가 가닥... 거부권 19회로
'노란봉투법·25만 원법'도 거부권 수순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 첫날인 5일 오후 경남 통영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가 6일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해 재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15회인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19회로 늘어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이번 개정안들은 오히려 그간 누적되어 온 공영방송의 편향성 등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며 재의요구 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방송4법을 단독 처리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방송4법을 '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비판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윤 대통령이 휴가기간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순방 도중 정부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 재의요구안을 바로 재가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안을 정부에 이송하고 15일 안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며 "휴가 중인데 서둘러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4일까지 앞으로 일주일가량 시간이 더 남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야당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 9일 '방송장악 청문회'를 예고한 터라, 거부권을 바로 행사했다간 야당이 공세에 나설 명분만 늘려주는 격이기 때문이다. 이에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한 뒤 거부권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방통위법을 제외한 나머지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재의결 절차 끝에 부결 폐기된 법안이다. 방통위법은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려 그간 문제로 지적된 '2인 체제'를 방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 총리, 노란봉투법·25만 원법도 거부권 시사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방송4법 외에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25만 원 지원법)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일부 직역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편을 드는, 헌법과 배치되는 법"이라며 "우리나라의 불법 파업을 많이 일어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25만 원 지원법에 대해선 "헌법상 삼권분립의 위반이고 경제적으로는 인플레를 일으킬 수 있는, '기본적 정책의 원칙'에 안 맞는 법률"이라고 일축했다.

한 총리는 무한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그는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고, 정부가 여러 차례 문제점을 말한 반헌법적·반시장적 법안들만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자 국민들께 면목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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